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진맥의 진실
민족의 명절, 추석이 이제 1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추석이 다가 오니 문득 필자가 한의대에 입학하고 처음 집안 친척 어르신들과 함께 모인 자리가 생각이 난다. 이제 갓 한의대에 입학한 나에게 온 친척들이 내 몸 상태가 어떠냐고 맞춰보라고 시험하듯 손목을 들이 댔었다. 이제 막 한의대를 들어갔던 학생 신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눈빛은 마치 내가 마법을 부리는 도사처럼 자신들의 병을 맞출 수 있다는 환상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아마 한의대생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이 살면서 겪는 필수 코스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본적인 진단법을 망문문절이라고 한다. 망(望), 우리가 ‘망보다’할 때 그 망으로서 보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은 한의사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인들도 기본적으로 하는 필수적인 진단법이다. 문(聞), 듣는 것이다. 환자의 증상에서 나는 소리, 직접적으로 하는 말 등을 듣는 것 외에 냄새를 맡는 것까지 포함한다. 실제로 문(聞)이라는 글자를 찾아보면 냄새를 맡는다는 의미도 있다. 문(問), 묻는 것이다. 이제 환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수동적인 정보는 다 얻었으니 의료인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얻기 시작한다. 소화는 잘 되는지 잠은 잘 자는지 대소변은 잘 보는지 앞에 두 단계에서 바로 알기 어렵운 정보를 직접 물어 알아낸다. 마지막으로 절(切), 뜻 그대로는 ‘끊는다’인데 ‘잡는다’라는 것이다. 즉, 만지는 것이다. 아픈 부위가 있으면 그 부분을 만져서 누를 때 더 아픈지 덜 아픈지 확인한다든가 관절을 움직여 본다는 등이다. 만지는 것이야 말로 제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이다.
절진은 맨 마지막이다. 결국 맥진이라는 것은 앞의 세 단계를 다 마치고 난 후에 의사가 생각하고 판단해서 진단한 병을 확인하거나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때 하는 섬세한 작업인 것이다. 맥진 한번으로 당신 어디어디 아프지? 라고 신묘하게 맞추는 것은 사실 이미 그 한의사가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환자를 충분히 관찰하고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유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의학의 진단은 미각을 제외한 오감을 총동원하여 환자의 상태를 알아내려고 하는 종합적인 진단법이다. 물론, 조선시대 궁중의 한의사들은 왕의 변까지 맛 봤다고 하니 진정 오감을 다 사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의사의 진단 의료기기 사용 법안이 현재 국회에 올라가면서 한의사와 의사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허준 선생님이 이 시대에 계신다면 필요하면 안경을 쓰실 것이고, 환자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엑스레이를 통해서 몸 안도 보실 것이다. 의사는 현대 진단기기를 써도 되고 한의사는 쓰면 안 된다는 논리가 아니라, 현대 진단기기를 다룰 수 있는 자격시험을 통해서 거기에 통과한 의료인만 현대 진단기기를 쓴다면 국민들도 안심할 것이고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