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마음을 열어서 즐겨 보자
아침을열며-마음을 열어서 즐겨 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9.28 19:0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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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상콘텐츠학과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상콘텐츠학과 교수-마음을 열어서 즐겨 보자


정해진 길, 정해진 공부, 정해진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나에게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정한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셨던 아버지의 눈에는 멀쩡히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옮기겠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부를 하는 학생을 바라보면서 정말 공부를 하고는 있나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한다.

내가 가진 고정관념은 어디까지인가? 고정관념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주춤거리거나 고민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것들에 아쉬움만 남았던 경험을 여러 번 해 왔다. 그러기에 학창 시절 내가 누려보지 못한 것들을 학생들과 어린 조카들에게는 권한다. 그 중 하나가 다른 문화를 체험해 보라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내가 해 보지 못한 것을 아직 젊으니 주저없이 해보라 권하다. 나 또한 더 늙기 전에 다른 문화를 체험해 보려 한다. 나라마다 다른 역사, 그 역사가 만든 문화는 고귀한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아프리카의 문화가 내게 준 충격은 그곳에 머무는 동안 행복을 나에게 선사했다. 얼굴은 항상 웃음으로 가득하고, 안부 인사는 늘 가족의 안부까지 묻는다. 또한 자그마한 것에도 늘 감사를 표한다. 아프리카를 가기 전 내 일상은 학생들의 무표정, 동료들의 이간질에 지쳐 있었기에 이들의 환대에 더 깊게 빠져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3년을 만나는 동안 이들은 늘 한결같이 나를 대한다. 이런 그들의 모습은 이방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모습임에 난 늘 감동한다.

아프리카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잠시 파리에 들렀다. 처음 방문한 도시이니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았겠지만, 조카의 권유로 프랑스 문화를 체험하기로 했다. 현지인의 모습을, 프랑스인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기로 했다.

3일 동안 계속된 락 페스티발. 나에게 락은 젊은 시절 즐겨들었던 음악이었고, 젊음을 상징하는 그들만의 문화라 생각하고 있던 터라 파리의 락 페스티발은 내게 또 다른 문화 충격이었다. 남녀노소가 한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통일감을 느끼게 했다. 흥겨운 음악에 자유롭게 몸을 맡기는 사람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에서 연인들, 혼자면 어떨까.

락 페스티발의 공연 규모는 한국과는 비교 불가였다. 광화문 광장 크기 하나가 메인 무대였고, 즐기는 모습도 제각각이었다. 조용히 앉아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 손엔 플라스틱 컵에 따른 맥주와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든 사람, 반쯤 드러누운 자세로 음악에 빠진 사람, 휴양지에서 쓰는 간이 의자를 준비해 와 앉아서 즐기는 사람, 온몸을 음악에 맡기고 마구 흔들어대는 사람 등등. 그들의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서 난 유럽인의 다양함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었다.

옆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그냥 즐긴다는 말 그 이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온종일 공원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가수들의 공연 중 즐기고 싶은 무대를 찾아다니고, 공연하는 이들이나 보는 이들이나 진정 음악을 즐기는 이들의 진면모라는 걸 보고 왔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인 주말 내내 음악은 파리지엔들의 무거움을 모두 망각하게 만들고 황홀경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피부색만큼이나 음악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다양했다. 음악이 가슴에 와 닿는 대로 음악에 몸을 맡기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실리를 따져가면서 행동하고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한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걸까?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냥 몸을 자유롭게 내맡기면 되는데 왜 주저하는 것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머리 속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기에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인간미 넘치는 환대와 자유분방함이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의 규범은 누가 만든 것인가? 옳고 그름은 어떤 기준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행동의 규제가 생각을 규제하지는 않는가? 창의성을 요구하면서 이미 정해진 답으로 쫓아오도록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처한 상황이 기본 철학마저도 뒤흔들고 있기에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져본다.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려면 중심을 똑바로 세우고 마음을 열어 상황을 신명나게 즐겨보자. 마음을 열면 세상이 달리 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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