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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고급지향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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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09  18: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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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고급지향

‘고급’이라는 말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유효한 것일까? 이것을 나는 하나의 화두로 제시하고 싶다.

고급은 당연히 저급이라는 것과 대비된다. 보통은 이것이 어떤 물건에 대해 적용된다. 그런 경우라면 대체로 가격이라는 것이 그것을 가늠해준다. 고급은 소위 프리미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은 대개 비싸다. 반면 그렇지 못한 소위 저급은 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물건의 가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한다. 물론 엉터리 물건이 비싸게 팔리는 바가지도 있고 훌륭한 물건이 제값을 못 받는 에누리도 있기는 하다. 그런 건 모두 정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급과 저급이라는 것이 그 물건의 ‘질’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질 높은 물건은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만드는 사람의 질에 의해 비로소 가능해지는 결과물이다. 질 높은, 수준 높은 사람이라야만 고급을 만들 수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고급이라는 것이 또한 그 고급에 대한 사람들(소비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고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나는 ‘고급지향’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것은 소비자와 제작자 쌍방에 필요한 덕목이다. 물론 만드는 데도 사는 데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자본은 필수적이다. 경제적 여건이 되어야만 만들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돈만 있다고 저절로 모든 것이 고급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고급지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저급보다 고급이 좋다’는 기본명제에 찬동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이른바 돈 많은 개인들의 소비문제에 한정하지 말고 좀 더 넓은 문제영역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도로나 교량이나 건축물 같은 사회간접자본, 아니 좀 더 나아가서 사회제도, 아니 더 나아가서 국가 자체, 국민 자체에 대한 고급/저급을 문제삼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 질, 사회의 질, 국가의 질에 관심을 갖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되돌아 볼 때 과연 고급스런 질 높은 수준 높은 나라에서 고급스런 질 높은 수준 높은 국민으로 우리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고급지향 자체가 우리에게 있기나 한 것일까?

주변을 살펴보면 저급한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소위 SNS라는 데서는 더욱 심하다. 그것은 저급한 의식을 반영한다. 정치적 언어들의 저급함은 이미 국민들에게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그런 언어들이 고급스런 언어들을 밀어내서 설자리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책의 언어고 강단의 언어다. 특히 인문학의 언어다. 신문의 고급스런 칼럼들도 이젠 읽어주는 고급독자가 얼마 없다. 이런 현상들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게 될까? 저급한 국민, 저급한 국가 ... 그런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나는 여러 기회에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질 높은’ ‘수준 높은’ ‘고급스런’ 국가의 건설이라고 역설해왔다. 양적으로는 즉 규모로는 주변국들과 게임이 안 되니 질적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싱가포르나 스위스 같은 나라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이 없으면 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과는 당연히 기대할 수 없다. 누군가가 이젠 깃발을 들어줘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좋다. ‘질 높은, 수준 높은, 고급스런, 프리미엄 대한민국을 건설합시다!’ ‘그것을 위해 나부터 고급스런 국민이 되고자 노력합시다!’ 우선 시골의 한 철학자가 먼저 조그만 깃발을 하나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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