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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귀경길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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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8: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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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귀경길

귀향길은 모처럼 도로가 뻥 뚫려 정시에 도착했다. 목적지인 목포로 향하면서 도로 사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 평소 정상적인 운행 시간인 다섯 시간의 세배를 잡아 새벽 세 시에 출발했다. 도착해서 하루에 두 번 들어가는 배의 시간을 맞춰려면 늘 도착 시간에 긴장해야 했다. 그런데 새벽 시간이라 그랬던지 딱 정시에 도착했던 것이다. 배를 두 번이나 갈아 타고 내려서 드디어 시댁에 도착했고 그래도 바닷바람 섬냄새가 좋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하고 놀고 먹고 이틀을 보내고 다시 귀경길에 올랐다. 아침 7시에 나서서 그날 자정 무렵에 경기도 집에 도착했다.

길거리에서 귀경투쟁한 시간이 무려 17시간이다. 시동생이 운전을 했는데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불만 한마디 하지 않고 시종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잡고 한 순간 졸지도 않았다. 불만은 오히려 옆에 앉은 동서가 심했다. 십 분에 한 번 꼴로 한숨을 폭폭 쉬며 뭐라뭐라 잔소리를 했다. 시동생은 그러거나 말거나 운전만 했다. 차 안에 앉아 견디는 시간만 줄잡아 열 네 시간이었다. 모두 엉덩이 꼬리뼈가 아프다고 난리가 나도 시동생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시동생과 또 다른 에피소드 두 가지가 없었다면 참으로 고통스럽기만 한 귀경길이었을 것이다.

그 에피소드 하나가 도로 통행료 공짜였다. 옛말에 공짜라면 왕재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그냥 가세요' 그 말이 어찌나 듣기 좋든지!! 마지막으로 서울 톨게이트를 나서며 들은 "예, 그냥 가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는 한복 입은 여인의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었다.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꼬리뼈도 아프고, 그야말로 온몸이 다 아팠는데 그 소리에 피로를 날렸다. 그것 괜찮다, 이게 어디야, 라고 식구들이 다들 한 마디씩 하며 잠시나마 피로를 잊었다. 말이 없던 시동생도 그것 참 잘하는 짓이네, 하며 소리내어 웃었다.

다른 에피소드는 동영상을 찍지 못한 게 많이 아쉬울 정도다. 모처럼 유쾌하게 웃어봤다. 뒷좌석에 나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딸과 딸아이가 나란이 앉아왔다. 차창 밖은 어느새 캄캄한 밤이 된 지도 한참을 지나고 있었다. 조카딸은 한동안 조용하게 혼자 생각에 잠겨있는 듯하더니 가만히 말했다. "큰엄마, 있잖아요, 사람이 동전과 탱탱볼을 삼키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조금 짓궂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실일 듯도 한 설명을 했다. "동전은 작으니까 똥으로 나올거야. 그렇지만 탱탱볼은 우리 몸 속에 들어가면 탱탱 불어 커지기 때문에 사람이 배가 터져 죽을 수도 있지않을까?" 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조카딸이 발발 떨며 비명을 지르고 울고 난리가 났다. 어떻게 말릴 새도 없었다. 옆에 있던 딸이 제 동생에게 부랴부랴 말했다. "엄마는! 아니야, 아니라구! 탱탱볼은 물을 먹으면 잘게 쪼개져서 똥으로 나오니까 물을 먹으면 돼!!! 나는 얼른 물병을 조카딸에게 주었다. 물을 황급히 마시는 조카에게 나는 폭발하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덧붙였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진 말고 좀 남겨, 큰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탱탱볼을 삼켰을지도 모르지 않겠어?" 차 안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한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들썩들썩했다.

조카딸은 웃지말라고 소리를 꽥꽥 지르고 특히 운전을 하는 시동생이 웃음을 못 참았다.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벌개져서 이까지 악 물고 운전해야 했다. 그 옆에 동서는 자기 딸이 웃지말라고 소리를 치거나 말거나 소리내어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딸아이도 에라 모르겠다 싶었는지 참기를 포기하고 웃느라고 눈물까지 흘렸다. 이제 조카딸은 당장 병원엘 가자고 소리를 쳤다. 내가 사고를 냈으니 수습도 내가 해야했다. "니가 생각해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병원엘 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내일 가도록 하자꾸나." 조카딸은 어느 병원엘 몇 시에 갈 건지 확인까지 하고는 잠잠해졌다. 식구들은 도착할 때까지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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