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비위가 좋다
한의학 칼럼-비위가 좋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12 18: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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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비위가 좋다


최근에는 남자와 여자가 또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혐오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오늘은 혐오와 관련된 한의학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극도로 혐오하다보면 순간적으로 속이 울렁거리게 되고 심지어는 토하게 된다. 토한다는 것은 1차적으로 소화기능의 문제이다. 한의학적 용어로 바로 ‘비위’라고 할 수 있다. 비위가 한의학 용어이긴 하지만 일상에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비위가 좋다’ ‘비위가 상하다’ ‘비위를 맞추다’ 등등.

비위가 좋다는 표현은 크게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한다. 첫째로, 미각 후각 시각 등 오감(五感)의 측면에서 볼 때 혐오스럽고 잔인하고 꺼림칙한 것들을 잘 처리하는 것을 말하고 둘째로,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감정을 받아들이고 흘러 내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가 어떻게 나온 것일까? 그건 비위의 대표적인 기능이 ‘소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위가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소화시켜 내보내는 것처럼 잔인한 장면이나 역겨운 냄새를 잘 흘려보내고 자신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 감정들을 잘 받아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비위에 거슬리다’라는 말은 음식이 맞지 않아 소화기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인데, 역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에 맞지 않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 감정, 심지어 지식 등도 소화시킨다는 표현을 광범위하게 쓴다.

조금만 더 살펴보자. 한의학은 음양오행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인체를 설명하였는데 우리의 몸은 오장육부(五臟六腑)로 되어 있다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보통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순서로 오행을 말하는데 그 중에서 토(土)는 흙으로 중앙 토라고 하여 오행 중에 가운데 위치한다. 오장 중에 오늘의 주제인 비장이 토에 해당하고 육부 중에서는 위장이 역시 토에 배속되어 있다. 장과 부가 만나 하나의 세트로 비위가 되고 오장 중에 비위는 우리 몸의 중간에 위치하여 토에 배속이 된 것이다. 흙(土)은 모든 것을 기르는 바탕이 된다. 땅에서 모든 생물들은 태어나 자라고 성장하고 열매와 꽃을 피우다 결국에는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땅은 모든 것에 중립적이고 수용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마음과 신체를 따로 나눠서 보지 않고 유기적인 관계로 보는데 오장 중 비장은 생각(意)을 담당한다고 본다. 생각이 비위와 관련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비위의 기능이 좋지 못하면 기억과 사고활동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지나친 생각은 비위의 기운을 뭉치게 해 기능을 떨어뜨린다. 우리가 평소 생각이나 고민을 너무 깊이하면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을 하는 존재이고 그로 인해 고차원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각도 지나치면 ‘비위’를 상하게 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결국 몸도 상하게 된다.

추석이 지난 지금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있다. 사색의 계절에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지만 맑은 하늘 아래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걷기만 하여도 건강도 챙기고 머리를 맑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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