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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라진 함안의 것들을 더듬어 보다이학석/자유한국당 부대변인·전 통영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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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5  18: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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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석/자유한국당 부대변인·전 통영부시장-사라진 함안의 것들을 더듬어 보다

함안은 유서 깊은 고장이다. 먼 과거의 역사로 걸어가지 않아도 함안은 숨 가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일에도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법이기에 새로운 감회에 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모두가 바람직한 내일을 위해 변화를 꿈꾸고 실천하지만 그 와중에서 아쉬워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대책 없는 애향심 탓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과거 내가 살던 삼칠면은 함안에서도 매우 낮은 지형에 속하므로 늪지대가 많았다. 그 늪엔 많은 수생식물과 곤충들이 살았을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하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무렵엔 엄청난 잠자리들이 하늘을 자욱이 메웠다. 그만큼 생태계가 살아 있었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잠자리는 물론 반딧불도 엄청나게 많았다. 지금이야 형설지공(螢雪之功)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겠지만, 우리 어린 시절에는 반딧불을 잡아 병 속에 넣으면 꽁무니에서 나오는 불빛이 신기했다. 그 불빛을 책에 비춰보곤 했으니까.

그러나 이 글에서 잠자리나 반딧불이의 사라짐을 말하려는 아니다. 당시 뭐니 뭐니 해도 우리 고향 주변 늪엔 연꽃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는 귀한 음식인 연근을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함안은 연꽃을 심어 관광상품화 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라홍련 얘기와 맞물려 함안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와 함께 강변에 즐비하게 늘어섰던 땅콩밭도 생각난다. 지금도 약간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엔 땅콩 제배를 상당히 많이 했었다. 그때 먹었던 땅콩의 고소함은 잊을 수 없다. 그때 생각이 나서 간혹 땅콩을 사먹어 보는데 국산땅콩이라 해도 왠지 그때 맛이 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입맛이 변한 탓이겠거니 생각하지만 어릴 적 먹던 그 맛은 영영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연꽃늪과 땅콩밭이 사라진 것은 새마을운동 때 식량증산운동과 무관치 않다. 늪을 매립하여 벼를 심는 옥토로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보릿고개가 엄연한 현실이었기에 한 뼘의 땅도 논을 만들어 쌀을 수확해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 가야엔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 몇 해 전 사라진 대표적인 것으로는 산인에서 가야 거쳐 군북 가는 경전선 일부이다. 나는 기차를 타고 학교 간 기억은 없지만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기차를 타고 통학하던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의 기억은 지금 추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고속열차 선로가 함안면을 통과하면서 옛 선로는 잊혀지고 말았다. 물론 기찻길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완행열차를 타면서 느끼던 간이역의 코스모스와 그 가을의 향기도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월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것, 우리의 추억록은 언제나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런 사라짐은 어쩌면 시대적 요청이므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가장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은 다른 데에 있다. 바로 아라가야 고분들이다. 내가 남해 부군수로 재직할 때였다. 어느 시인 한 분과 함께 도항리 고분을 찾았는데 그날 그 능선 위로 노을이 내려앉은 실루엣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분이 한 말이 기억난다. “과거엔 이 고분들이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분은 뭉개져 밭이 되었고, 아예 자취도 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일본인을 비롯한 도굴꾼들에 의해 이 고분들이 텅 빈 것도 정말 가슴 아픈 일이 되었습니다.”하던 그 말은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다. 그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남는 것은 추억뿐이다. 그래도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 나이에 고향에 와서 옛 일을 추억하는 것이 부질없어 보이지만, 성큼 다가온 가을은 어쩌지 못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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