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뒤풀이
졸업식 뒤풀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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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택/진주 동진초등학교 교장
경찰과 학교가 긴장한 가운데 졸업시즌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학교의 외곽을 경찰들이 경비하는 가운데 졸업식이 진행되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하였지만 하나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로 진출하는 등 새로운 과정의 출발점에 서 있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힘든 과정을 마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출발점에 서있는 학생 혹은 예비 사회인으로서의 신분을 넘어서는 일들은 곤란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요즘의 졸업식을 일러 막장 졸업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졸업식 뒤풀이의 폭력성, 선정성 때문이다. 경찰은 돈을 빼앗는 행위는 갈취이며,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는 폭력이고, 옷을 벗기거나 알몸 상태로 뛰게 하거나 단체 기합을 주는 행위는 강제추행이며, 단체로 노상에서 옷을 벗거나 거리를 활보하며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경범죄라 보고 단속한다. 특히 폭력배들도 좀처럼 하지 않을 것 같은 알몸폭행, 알몸학대 등은 모두에게 충격적인 뒤풀이이다.

이런 뒤풀이 문화를 그대로 둘 수 없어 교육부, 시도교육청은 건전한 졸업문화조성을 위한 공문서를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내고, 학교는 건전한 졸업식 뒤풀이문화 조성을 당부하는 안내문을 가정에 보내고, 시도 경찰청은 막장 뒤풀이를 할 경우 주동자뿐만 아니라 단순 가담자도 해당 법률에 따라 사법처리할 방침임을 공언하기도 하였다. 순찰을 강화하고, 학교와 협조체제를 구축하며, 막장 뒤풀이 재료나 소품을 파는 상인들의 협조를 구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왔다.

졸업식 종료 직후 놀이터나 공터, 주택가 뒷길, 아파트 단지 위벽 등 취약 장소를 중심으로 심야까지 경찰력을 동원해 순찰하며, 사이버수사팀은 폭력적, 선정적 장면 등을 담은 뒤풀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될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서고, 졸업식 직전 학교 인근에서 학생이 까나리액젓이나 계란, 밀가루 등을 다량 구매하는 행위도 사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를 막기 위해 경찰, 관계 교육기관, 청소년 단체 등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졸업하는 학교 인근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되는 와중에서도 폭력적 뒤풀이로 소수의 학생들이 경찰에 단속되었다는 소식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축제가 아니라 폭력임을 학생들이 잘 알면서도 이러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 학생들의 자긍심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모두가 염려하는 졸업식이 아니라 선생님, 친구, 후배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건전한 졸업문화, 모두가 축하하고 박수를 보내는 학생다운 뒤풀이를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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