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유감
굴뚝 유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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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형/경남과기대 건축공학과 교수
천년고도 진주시의 아름다움은 문화 예술에서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에서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굽이쳐 흐르는 남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도시는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뽑으라면 단연 진주시를 뽑을 것이다. 진주를 떠나 대도시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사람들도 진주하면 아마 남강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한 진주시의 아름다운 모습 중에서 한 가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동네 곳곳마다 불쑥 불쑥 솟아 있는 굴뚝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별반 미관상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거나 아예 무관심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서 40년 이상 살다가 진주에 내려와 살고 있는 내게는 유독 눈에 띄는 도시경관의 한 요소이다.

굴뚝이란 열에너지를 얻기 위하여 연료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연기를 건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구조물이다. 소박하게는 전통 한옥 한켠에서 온돌방의 장작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에서부터 대형공장에서 불철주야 뿜어내는 거대한 크기의 굴뚝까지 다양한 크기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동네의 도시 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목욕탕의 굴뚝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래전에 지어진 목욕탕의 굴뚝은 높고 크게 지어졌으나 오늘날 지어진 목욕탕은 거의 굴뚝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는 예전에는 목욕물을 가열하기 위하여 주로 질이 낮은 기름 즉, 주로 벙커c유, 중유, 또는 경유 등을 사용하였다. 아주 오래전에는 나무와 석탄도 사용하였다. 이러한 연료가 연소 되면 유해물질도 많이 나오지만 외관상으로도 검은 연기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비싼 여과장치를 설치한다면 매연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과장치도 없을 뿐더러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여과장치의 설치는 불가능하였다. 따라서 높은 굴뚝을 세워 연기가 잘 배출되게도 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도 적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는 환경문제로 인하여 목욕탕 연료로 검은 연기도 없고 유해물질도 적은 전기와 가스를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도심 내에서 굴뚝이 사라져 거의 볼 수가 없다. 환경규제로 인하여 소위 굴뚝산업은 지방으로 이전하였고 동네 목욕탕굴뚝은 용도변경으로 건축주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철거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주시에 보면 자세한 통계는 아직 이루어 지지 않았으나 동네 목욕탕 굴뚝에서 연기 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하였다. 공장이나 일부 목욕탕에서 아직 사용 중인 굴뚝을 경제적인 손실을 보면서 굳이 철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굴뚝은 외관상 도색 등을 통하여 미관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방치해두고 있는 굴뚝들이다.

이들 굴뚝들이 아직 남겨져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먼저 철거비용 때문이다. 굴뚝의 해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굴뚝해체 비용이 높은 이유는 굴뚝해체 공법의 기술개발 부족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해체 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처리가 고려된 경제적인 해체공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기술개발을 통하여 해체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와 더불어서 해체비용의 부담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당연히 건축물의 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건축주에게 있으므로 건축주가 모든 철거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굴뚝을 개인 소유 건축물의 일부로 보기에는 도시미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이젠 도시 공공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건축주가 일부 부담하되 시에서는 관련예산을 확보하여 이를 지원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때 산업화의 상징이던 연기 나는 굴뚝을 보고서 향수에 젖어들어 ‘저게 뭐 어때서’ 혹은 ‘내 소유인데 왜 내가’라며 방치하기에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 버린 것 같다. 굴뚝 이젠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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