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진주 천년의 뿌리(Ⅴ)-애국실천의 진주기생(Ⅰ)
칼럼-진주 천년의 뿌리(Ⅴ)-애국실천의 진주기생(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17 18:1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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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진주문화원 향토사전문위원장·前 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

강신웅/진주문화원 향토사전문위원장·前 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장-진주 천년의 뿌리-애국실천의 진주기생(Ⅰ)


‘남진주, 북평양’ 라는 말이 모든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회자(膾炙) 될 정도로 진주 기생은 풍류와 멋은 물론 미색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선 기녀하면 ‘일강계(一江界), 이평양(二平壤), 삼진주(三晉州)’라는 말까지 유행되었다.

경남일보 창건자인 장지연(張志淵) 선생은 경남일보 1910년 1월 7일자 칼럼인 <진양잡영(晉陽雜詠)>에서 당시 다른 지역에서 결코 찾을 수 없는 진주만의 독보적 캐릭터인 진양삼절을 기술한 바 있다. 그것은 바로 풍산(豐産, 풍부한 물산), 연기(娟妓, 아름답고 요염한 기녀), 죽승(竹蠅, 무성한 대나무)이다. 그러나 상기 진양삼절중의 백미(白眉)는 연기임이 확실하다.

이능화(李能和)의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에서 “지역에 따라 기생에 대한 그 나름의 특성이 있는데, 그 숫자나 기예면에서는 평양 기생이 으뜸이지만, 의절과 충절 면에서는 진주기생이 으뜸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생들이 갖추고 있는 공통적인 특색이 기예, 미색, 그리고 의절이지만, 진주 기생은 다른 곳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애국실천의 덕목이 있었다는 것이다.

1919년 3월 중순에 남강 변에서 “왜놈들 물러가라”라고 크게 외쳤던 진주 기생들이 있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진주기생조합이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이 조합은 나라가 망할 무렵 교방(敎坊)이 해체되자 교방의 노기(老妓)들을 중심으로 조직한 곳으로, 나중에 권번(券番)이라는 일종의 기생학교로 그 맥이 이어진다.

그 해 3월 19일 진주 기생 한금화(韓錦花를) 비롯한 여러 진주 기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촉석루 쪽으로 행진 하면서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 때 일본 경찰이 그 무리 중에서 6명을 붙잡아서 구금했는데, 그 중 한금화는 손가락을 깨물어 흰 명주자락에 ‘기쁘다. 삼천리강산에 무궁화 다시 피누나’라는 글귀를 혈서로 썼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진주 기생들의 독립만세 사건의 소식이 전국으로 퍼지자, ‘그 해 3월 29에는 수원기생조합 소속의 기생들이 수원경찰서 앞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는데, 그 중 김향화(金香花)라는 기생이 선두에 서서 “대한독립만세”를 크게 외치자 뒤를 따르던 여러 기생들도 함께 만세를 불렀다. 이 사건으로 주동자인 김 향화 역시 일본 경찰에 붙잡혀 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라는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1919년 3월 31일자 <매일신보>의 ‘기생들의 만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십구일 오전 십일 시 반경에 수원 기생조합 소속의 일부 기생들이 자혜병원으로 검진을 받기 위하셔 들어갔다가, 경찰서 앞에서 만세를 부르며 병원 안으로 들어가 뜰 앞에서도 만세를 부르다가 경찰서 앞으로 다시 나왔다가 해산했는데, 조합원 중에 김향화는 경찰서로 인치취조(引致取調)중이더라’라는 기사가 보인다.

결국 1919년 3월 19일 진주기생의 만세사건은 차후 다른 지역에서 계속되는 여러 기생만세 사건들의 기폭제가 되어, 4월 1일에는 황해도 해주에서도 읍내 기생들이 다 같이 손가락을 깨물어 흐르는 피로 그린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 시위운동을 전개하니, 이에 용기를 얻은 주변의 많은 민중들이 그 운동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만세 시위군중이 3천명이나 되었으며, 그 중 8명의 기생들이 구금되어 옥고를 치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어 그 다음날인 4월 2일에는 경상남도 통영에서도 그들의 금비녀, 금팔찌 등을 팔아 광목 4필을 구입하여 만든 소복을 입고, 수건으로 허리를 둘러맨 33인이 태극기와 함께 만세시위를 하다가, 세 사람이 붙잡혀 6개월 이상의 옥고를 치렀다고 전해온다.

다음 호에서도 계속 진주 기생들의 애국충절 사연을 살피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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