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유래
칼럼-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유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23 18: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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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의 유래


1883년 보부상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상인 조합이 있었는데 이를 ‘혜상공국(惠商公局)’이라고 했다. 행상 가운데 우두머리를 뽑아 좌‧우 통령(統領)으로 삼고 좌통령은 등짐장수를, 우통령은 봇짐장수를 관리하게 했다.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이 나라의 상업을 책임졌던 사람들이 등짐장수와 봇짐장수라고 불린 보부상(褓負商)이었다. ‘혜상공국서(惠商公局序)’에 기록하기를 ‘세상에 지극히 미천하고 누추하여 살아서 이익 없고 죽어도 손해 없는 자가 부상(負商)이다’고 하였는데, 온 나라를 떠돌아다녔던 그들의 삶을 두고 떠돌아다니는 사람, 즉 동가식서가숙이라고 한다. 이 말에 얽힌 유래가 중국의 ‘태평어람(太平御覽)’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제나라에 사는 한 처녀가 두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동쪽 마을에 사는 청혼자는 돈은 많으나 얼굴이 못생겼고, 서쪽 마을에 사는 청혼자는 얼굴은 잘생겼지만 가난해서 먹을 것이 없다고 했다. 이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택하겠느냐는 부모의 말에 그 처녀는 선뜻 동(東)과 서(西) 두 곳으로 가겠다고 대답했다. 부모가 그 이유를 묻자, “밥은 부잣집 동쪽 남자에게 가서 먹고 잠은 잘생긴 서쪽 남자와 자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수광(李晬光:1563∼1628)이 쓴 한국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峰類說)’〈어언(語言)〉편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에서 한 미천한 남자가 아내를 맞았다. 아내의 친정은 부자였지만 얼굴은 못생겼다. 혼인한 이튿날 아내는 마땅히 시가(媤家)에 가서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친정 부모는 자기 딸의 얼굴이 못난 것을 꺼렸다. 그 이웃에 한 과부의 딸이 살고 있었는데, 얼굴은 예쁘지만 집이 가난해서 아직 시집을 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 집 딸에게 대신 다녀오기를 청하리라 생각하고 과부를 불러 의논했더니 과부는 선뜻 승낙했다. 시부모는 며느리로 온 과부의 딸을 보고 얼굴이 고운 것을 크게 기뻐하여 넉넉하게 예물을 주고 억지로 머물러 자고 가게 하였다. 과부의 딸이 감히 어기지를 못하고 며칠 동안을 묵고 보니, 사위와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 사위는 도리어 본처는 본체만체하는 것이었다. 그 친정 부모는 이에 크게 후회하여 형부(刑部)에 소송을 내어 과부 딸을 이혼시키라고 요구를 하였다. 그러나 형부에서는 그들의 뜻과 달리 이미 아내가 되었으므로 두 아내를 맞아 같이 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남자는 하루아침에 두 아내를 얻어 부잣집 딸의 재산을 가지고 살면서 미녀의 방에서 잠을 자게 되니 그 호화롭고 사치하는 것이 이웃마을에까지 소문이 나 그 당시에 이상한 얘깃거리가 되었다.

두 남자와 결혼한 아내 이야기를 다룬 박현욱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는 2016년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출간 3개월 만에 10만부가 팔리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일처다부(一妻多夫)제를 다룬 내용이다.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 그런데 당신하고 이혼하고 싶지는 않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이건 너무했다. 이 세상의 윤리와 도덕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사랑’이라는 용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 마음에 드는 이성을 몹시 따르고 그리워하는 일 또는 그러한 마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사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그 ‘본질’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많은 윤리학자, 도덕군자, 철학자들이 내린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이런 것이란 말인가? 사랑이라는 정의에 양다리 걸치면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이 없는 것을 보니 사랑이라는 단어 또한 1:1의 족쇄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의 연애·결혼 세태를 반영하는 책 두 권이 나왔다. ‘값싼 섹스’와 ‘모 아니면 도 결혼’이다. 결혼하지 않은 채 동거를 하고, 독신으로 지내거나 여러 사람과 관계를 갖는 다자간 연애를 하는 등 자유분방해진 풍속도를 다루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 간통죄가 없어져서 그런지 부쩍 늘어난 친자확인 DNA 검사와 법원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혼 소송이 증명이라도 하듯…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인 것 같다. 마누라가 무서워서 동가식서가숙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남자들이 불쌍하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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