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골프, 내가 왕년은 잊어라!
아침을열며-골프, 내가 왕년은 잊어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25 18:38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골프, 내가 왕년은 잊어라!


어느덧 유달리 가물었고 더웠던 여름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제법 쌀쌀한 기온은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골프의 계절’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자연에서 동반자와의 즐거운 골프 라운드는 삶과 마음의 여유로움을 한껏 더해준다. 실제 골프장 뿐만 아니라 연습장에도, 스크린 골프장에도 운동하는 사람으로 넘쳐나 예약이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마냥 즐겁지만은 않는 것이 ‘골프’라는 운동임을 알게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대개 처음 골프를 시작해서 6개월 정도면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둘 것인지 그리고 1년 정도 지나면 확실히 결정된다. 왜냐하면 아무리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도 ‘골프’라는 이 뭐 같은 운동이 노력한 만큼 그리 녹록(碌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운동 신경이 좋다는 사람이 더 일찍 포기하기도 한다. 특히, 테니스나 구기 운동을 좀 했던 사람들이 더 일찍 포기한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공도 잘 쳐서 넘겼는데 정지해 있는 공도 못친다’는 탄식이다. 또 이들에게는 자존심과 오기(傲氣)가 발동(發動)되어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피멍이 들도록 열심히 한다. 결국 몸도 마음도 망가진다. 그렇게 몸이 망가지도록 열심히 한다고 노력한다고 골프가 금방 눈에 띄게 늘면 포기하는 사람이 왜 생기겠는가?

골프는 힘만으로도 운동신경만으로도 하는 운동이 아니다. 오로지 인내와 끈기 그리고 연습량으로 승부하여야 한다. 그래서 힘도 운동신경이라고는 눈꼽 만큼이라도 없다고 생각하는 흔히 ‘몸치’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 더 오래가고 실력의 향상이 더 좋아 보인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느린 것이 오히려 빨리 간다’는 또 다른 역설(逆說)을 생각해본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들 몸치라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레슨프로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른다. 또한 이들은 왕년(往年)에 대한 추억이 없다. 그래서 조곤조곤하게 골프를 시작한다.

‘내가 왕년에’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은 프로의 레슨보다 스스로 듣고 보고 느끼는 독학(獨學)을 선택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고, 돈이 많고 정열이 많다면 독학의 방법 또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개 다른 스포츠에서 한 가닥씩 했던 사람들은 주로 40대 말 50대 초에 골프를 시작한다. 이렇게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무엇인가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식과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마음이 자신을 짓눌러서 더욱 골프를 방해한다. 얼마 전 골프를 시작했다는 지인(知人) 중 한 사람은 연습장에 보이지도 않는다. 골프에 대해서 좀 조언을 해주려고 해도 막무가내로 듣지 않더니 벌써 포기한 모양이다. 아니면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특별 훈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골프를 시작했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한두 가지 공통점은 있다. 바로 ‘자기 합리화’라는 것이다. 이들은 ‘골프라는 운동이 과연 운동이 되냐?’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걷고 뛰고 달리는 운동을 했다가 정지 상태에서 단지 골프채를 휘둘러대는 것이 운동의 효과는 없어 보인다. 그다지 힘들어 보이지도 않아 보인다. 그렇기에 땀도 많이 나지 않는다. 또한 연습장에서 휘둘러대는 대부분 사람들의 표정도 어둡기만 하다. 또 이를 바라보는 것도 재미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본인의 입장에서도 골프를 시작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와 의지가 약해지지에 연습장에 갈 시간이 없다고 자위(自慰)를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사람이라면 하루 빨리 그만두고 다른 운동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야 된다. 부디 제대로 골프를 배우고 싶으면 왕년을 잊고 겸손하게 시작해야 그 골프가 오래 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