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칼럼-“말보다 강한 몸짓의 힘”
스피치 칼럼-“말보다 강한 몸짓의 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0.26 19:0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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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말보다 강한 몸짓의 힘”


필자가 운영하는 경남 창원과 진주, 김해의 스피치 아카데미에 찾아오는 대다수 학습자의 몸짓을 보면, 그들의 마음상태를 알 수 있다.
오늘은 우리가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몸이 하는 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인다.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있을 때 순간적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 머쓱할 때 머리를 만지는 것,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 추우면 자신도 모르게 팔짱을 끼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먼 곳을 응시하게 되는 것 등 정말이지 우리는 잠시도 몸을 멈추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잠깐의 어색함이나 공백을 참지 못해서만이 아니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체계와 자신의 상태를 알리려는 신호체계, 그리고 몸짓이 가진 본연의 ‘언어체계’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대화하는데 ‘말(speech)’로만 의사소통을 하 고 있다면, 물어볼 것도 없이 당신의 소통능력은 하수다. 우리는 언어(speech)만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손짓, 눈짓, 몸짓 제스처 등 비언어적 요소들을 함께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송출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에 따르면, 타인을 설득하고 감정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은 말의 내용이 먼저가 아니라 보이는 이미지인 ‘시각적 요소’와 들리는 이미지인 ‘청각적 요소’가 먼저라고 한다. 이는 연사가 구체적인 내용(contents)을 설명하려고 하기 전에, 단지 보여주는 이미지나 목소리만을 가지고도 청중이 듣게 될 내용의 뉘앙스를 직감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목소리, 그리고 손짓, 눈짓을 비롯한 ‘몸짓언어’ 전반이 콘텐츠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설 중 연사가 중요한 부분이라 강조할 때 청중은 연사의 말에 동 요되는 것이 아니라, 연사가 취하고 있는 자세와 몸짓에 동요된다. 이미 연사의 몸짓에서 그 중요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설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연사라면 말의 연습과 함께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몸짓 역시 발전시켜야 한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사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로 “수고했어”가 꼽혔다. 왜 하필 “잘했어”와 같은 칭찬의 말이 아니라, 위로의 말이 꼽혔을까? 단서는 아주 의외의 부분에 있다. 우선, 사람들은 위로의 말을 듣는 데서 칭찬과 인정, 격려의 느낌을 동 시에 받는다고 한다. 또한, 말을 하면서 어깨나 등을 두드리는 데에서 진심을 느꼈다고 답했는데, 이는 몸짓이 말보다 더 강한 정서적 교감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몸짓에 담긴 의도를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가 있다. 비슷해 보이는 ‘토닥임’에도 손짓의 강도(強度), 그것이 주는 느낌에 따라 위로와 격려의 토닥임인지, 다른 목적을 가진 토닥임인지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을 보면 몸과 마음의 접점에는 어떤 ‘직관’이나 ‘감각’이 맞물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연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중을 설득하고 싶다면 몸짓언어를 사용하라. 당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진심을 담아 표정, 손짓, 몸짓으로 마음을 드러내라. 예컨대, 환희에 찬 감정을 드러내고 싶다면 그것이 느껴지는 표정을 짓고 팔을 뻗어 온몸으로 환희의 말을 하라. 반대로, 주장하는 바를 굽히고 싶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그에 맞는 표정을 지어 단호하게 말하고 절제된 움직임을 보여라.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몸짓표현에 익숙 하지가 않다. 감정을 몸짓으로 드러내는 일에 있어서 제약을 받아왔던 교육과 관습 때문이리라…유교문화권에서 자라온 우리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도 도중에 큰 소리로 웃지 못했고, 슬픈 일에도 소리 내어 울지 못했다. 감정을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예의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감정에 있어서도 속살을 드러내는 시대가 되었다. 감 정 그대로의 생생함, 표현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표현의 진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몸짓은 말보다 강한 언어수단이 되어 청중을 감동으로 이끈다.

할 말이 있으나 몸이 묶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몸과 말의 경계를 깨뜨림으로써 몸짓의 표현력을 개발할 수 있다. 생각해보자. 만약, 전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언어만으로 전달해왔다면 그 과정(생각·정리· 표현)을 순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몸짓의 절차를 먼저 실행해 보면 된 다.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짧은 문장의 말에 제스처나 강조지점을 넣어 몸짓을 연습해 보라. 그러면, 어느새 자신이 움직여 본 만큼의 자신감이 붙게 될 것이다. 한편, 유난히 엄격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일수록 연단공포가 심하고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인데, 그것은 바른자세, 바른정렬, 바른생활을 끊임없이 요구받아 왔기 때문이다. ‘몸’이 할 수 있는 말의 표현을 규제해 온 것이다. 말(speech)이 생각과 감정을 담는 그릇이라면, 몸은 말의 모든 것을 구현하는 집이다. 이제부터라도 몸짓의 말을 중요하게 여겨라. 말보다 더 강한 힘, 몸짓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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