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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숙의민주주의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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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31  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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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숙의민주주의

문득, 처음 들어보는 숙의민주주의에 흥미가 당긴다. 우선 ‘숙의’라는 말의 매력이 나를 끈다. 깊고 충분히 생각하는 일을 우리는 심사숙고한다고 한다. 아마 그때의 ‘숙’일 것이다. 이 심사숙고하는 일도 오래 전부터 깊이 바라던 일이다. 성질이 급하고 다혈질이다 보니 늘 심사숙고하는 일에 젬병이다. 혼자하는 심사숙고도 잘 안 되는 판에 여러 사람이 모여서 깊이 생각하고 또한 충분히 의논하는 일이란 그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귀하고 훌륭한 일이 틀림없다. 때문에 숙의를 거쳐 결정된 결론은 좋은 결정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 신고리 5, 6호기 공론처럼!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5, 6호기와 원전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걱정했었다. 원전을 계속 짓자고 결정이 나도 문제고 짓지말자고 결정이 나도 낭패일 것이라고. 그런데 마치 솔로몬의 지혜처럼 아주 슬기로운 결정을 내놓으므로써 국민들을 잘 설득해 안심하게 해주었다. 공사를 하다가 중단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는 계속 짓고 원자력 발전 자체는 차츰 축소해 가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신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숙의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정말이지 아주 상식적이고 보편타당한 결론이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은 총 471명이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은 숙의해야 되는 사안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지하게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에 원자력과 에너지 정책에 대해 깊고 넓게 배우려고 빡세게 애썼다. 배우고 난 것은 설문지를 통해 잘 숙지했는지 여러 차례 확인했다. 즉 시험을 쳤던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점수가 올라갔다고도 한다. 모두 서로서로 도우며 배우고 의논해간 모습들이 상상된다. 사람들은 사람을 위해서 또 환경을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을지 깊이깊이 생각했을 것이다. 참 즐거운 상상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도 무한하다는데 이렇게 뜻 있는 사람들이 거의 500명이 모여 숙의했다면 그 결과는 척 하면 삼척일 것이다. 사람을 위해서는 실제 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귀한 돈을 들여 이미 짓기 시작했다가 중단한 발전소는 공사를 계속해서 손해를 줄였다. 환경을 위해서는 위험한 원자력 발전은 차츰 축소해나가는 쪽으로 의논을 모았다. 축소하는 대신 신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이 얼마나 상식적이면서도 현명한 결론을 우리 국민들에게 선물했는가. 시민참여단과 찬반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또한 시민참여단은 회의가 거듭할수록 그 내용이 점점 충실해졌다고 한다. 그 모습 역시 아름다웠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고했다며 감사할 결론을 내릴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특히 공사를 하다가 중단한 신고리 원전 5, 6호기에 대해서는 고민이 무거웠을 것이다. 공사를 다시 하자고 하자니 환경이 걱정이고 하지 말자고 하자니 공사에 관계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아무리 환경이 중요하다고 해도 너무 막대한 손해를 당하면 국민과 국가가 걱정이다. 그러니 짓던 건 계속 짓되 더 안전하고 어 튼튼하게 짓자고 했다.

대신 더 멀리 보아서 원자력 발전을 줄여가는 것으로 더 진보하는 환경을 생각했다. 이제 공론화의 결정에 따라 신생에너지를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연구하면 환경에도 좋고 사람에게도 좋은 안전한 에너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이 위대한 것은 이처럼 서로 다른 주의주장을 평화롭게 타협하는 접점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을 것이다. 숙의과정이 충분하고 절차가 정당하면 반대되는 주장을 하던 쪽도 결과에 승복하는 일이 더 기꺼워지기 마련이다. 나는 5.6호기 공사를 계속하는 것을 반대한 사람이지만 참 편안하게 승복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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