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44-중년에 필요한 바이러스
도민칼럼-지리산향기44-중년에 필요한 바이러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08 20: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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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중년에 필요한 바이러스


밴드죠라는 팀이름을 가진 듀엣 가수가 있다. 어느 날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갔다. <내가 살아보니> 라는 노래를 듣고 가사가 재밌어 혼자 흥얼 거려보았다. 그 노래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 내가 살아보니 사람들은 남의 삶에 말들은 엄청 많더라 / 그런데 사람들은 말들만 엄청 많고 관심은 별로 없더라 / 내가 살아보니 재밌는 일 속상한 일 빨리도 지나가더라 / 그런데 사람들은 외로움에 지쳐서 세월에 시비만 건다 (중략) 내가 살아보니 말 많고 지쳐버린 나는 문제가 많구나 / 떠들다 지쳐서 소주만 마시다가 배나온 아저씨 됐네 /

배 나온 아저씨가 되면 중년이다.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예전 같으면 50대를 말년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중간인 진짜 중년이다. 초년이 30대까지고 중년이 40대에서 60대 초반, 말년이 70대가 된 세상이다. 누군가 자기 나이에 0.8을 곱하면 예전 우리 어른들이 말하던 나이가 된다는데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다. 50이 되니 곱하기 0.8을 해서 40이 되어 겨우 유혹을 견디는 불혹이 되었구나, 싶다.

수명이 늘어나면 삶의 여유도 늘어나 높아져야 하는데 수명이 늘어나니 거꾸로 삶의 질이 자꾸 떨어진다. 앞으로 살날이 많다는 것은 미래를 더 불안하게 한다. 열심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다 인생을 떠나는 게 순리다 싶은데 열심히 계속 일만 해야 한다. 사실 중년이 60대까지라고 하지만 사회에서의 정년은 55세면 대충 맺음이 된다. 소위 대기업이라고 하는 곳은 50대가 되기도 전에 고속 승진을 시켜서 엑기스를 다 뽑고 물러나게 한다. 몸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과 큰 연관이 있어서 사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지면 갑자기 몸도 기능을 멈추고 갑자기 늙어버린다.

얼마 전 교육의 일환으로 나를 찾아온 경남도 공무원 중에 한 분이 귀촌귀농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와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퇴직을 하면 무엇을 할까? 하며 주위를 돌아보니 귀촌을 해서 다들 작가가 되어 있더란다. 도자기나 사진이나 글을 쓰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자신은 그런 것을 할 자신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악착같은 경쟁사회에서 사업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 일을 하라고 권했다. 어떤 일이냐면 연금을 받아 일단 생활은 되니 적게 쓰는 법을 익히고 남는 시간은 누군가를 위하여 나누는 일에 써보라고 했다. 옆집 할머니 밭에도 같이 나가보고 논일도 거들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게 어떻겠느냐고 아니면 운동이나 취미생활 중 평소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사실 인간은 존재감이 주는 기쁨을 더 우선으로 하니 자신이 필요할만한 일을 해서 누군가 나를 찾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년은 자가 발전하는 나이다. 최참판댁 앞에서 <서희우리옷>을 하는 창(唱)하는 후배 은영이가 보내준 행복뉴스 중에 마더테레사 이야기를 읽으니 그녀는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때 잘 웃고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을 뽑았다고 한다. 웃음이 보물이고 그 보물이 얼굴에 있다는 글을 읽으며 우스갯소리로 ‘내 얘기?’ 하니 ‘맞다’고 한다. 농담처럼 한 시간에 언니를 얼마에 주고 쓰면 되냐는 말을 듣고 당장 옷가게에 가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약속이 있어 눌렀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내 안의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내야 한다. 귀촌을 하여 도움을 주고 고맙다는 말을 듣는 내 얼굴을 상상해 보자!

그래서 그 에너지를 숨기고 있거나 넘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지리산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려고 한다. 18일, 1박2일로 하동의 화개골 <시인의 정원> 펜션 마당에 그날을 잡았다. 쌀쌀한 날씨를 이기기 위해 연탄트리를 만들고 밴드죠의 인생사는 이야기를 노래로 듣고 막장댄스페스티벌도 한다.

지난해 우리 학교 재주꾼들이 모여 한판 놀 때 신입으로 온 부인이 내게 ‘태어나서 남편이 몸을 흔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는 말을 했다. 그녀의 남편도 내게 ‘자신도 놀 줄 아는 사람이구나!’ 새삼 놀라웠단다. 지리산은 해방구다. 중년은 무거울 중(重)이 아닌 가운데 중(中)이다. 그 가운데에 바람을 넣자! 웃음의 바람을! 누구든 두 팔 벌려 지리산행복학교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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