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아시나요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아시나요
  • 윤다정기자
  • 승인 2017.11.09 18:15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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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소중함·농업인 긍지 고취 위해 1996년 제정
‘빼빼로데이’ 상술에 밀려 법정기념일 마저 퇴색
농업인의 날 홍보 ‘가래떡의 날’ 행사도 하지만…

11월 11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각종 빼빼로가 상점을 장식하고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소위 ‘빼빼로데이’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아 농업인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진주시내 상점들은 빼빼로데이 특수를 노리고 학용품·캐릭터·꽃다발·꽃바구니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 포장된 빼빼로를 한창 진열 중이다. 한 인터넷포털사이트 ‘과자/안주류 쇼핑검색어’에는 빼빼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10위에 이르기까지 빼빼로 관련 상품 다수가 순위를 대거 차지했다. 지난 8일 기준 ▲1위 빼빼로 ▲4위 수제빼빼로 ▲5위 아몬드 빼빼로 ▲9위 빼빼로 세트 ▲10위 포키를 기록했으며, 지난 7일 기준 ▲1위 빼빼로 ▲3위 수제빼빼로 ▲4위 아몬드 빼빼로 ▲9위 포키 ▲10위 빼빼로 세트를 기록했다. 나머지 순위 역시 빼빼로가 연상되는 관련 상품, 초콜릿 등이 이름을 올려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영남지역 소재 여중고생들이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11월 11일 빼빼로를 주고받은 데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다. 롯데제과는 1983년 초코 빼빼로를 처음 출시했고, 1997년부터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이 같은 마케팅 전략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유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는 빼빼로데이에는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친구끼리 마음을 전하거나 연인 간 애정을 확인하는, 서로의 좋은 마음을 편리하게 표현·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는 긍정적인 시각과, 쓸데없는 낭비를 부추기고 부담감을 가중시킨다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진주 신안동에 거주하는 20대 김모 씨는 “평소 아이디어가 부족해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줄 때면 늘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러한 날 덕분에 그 수고를 덜고 여자친구도 기쁘게 해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 반면, 진주 진주여중 이모 양은 “빼빼로데이 때마다 빼빼로를 사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며 “특히 친구들에게 빼빼로를 받으면 나 또한 사 주어야겠다는 무의식적인 의무감과 압박감이 든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특히 회사의 상술이라거나 ‘날씬해지자’는 초기 유래의 의미와 다르게 빼빼로의 높은 칼로리 등은 빼빼로데이를 두고 오랫동안 문제 제기돼온 바다.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라는 인식이 공식처럼 굳어 있지만, 이날은 사실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국내 농업·농촌의 귀중함을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1996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전통적인 농업 철학을 바탕으로 ‘흙 토’자에 착안해 만들었다. ‘흙 토(土)’를 파자(破字)하면 십일(十一)이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6년부터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눠먹는 ‘가래떡의 날’ 행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빼빼로데이 때문에 농업인의 날이 퇴색된 지 오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러 반응 가운데 11일에 대한 인식은 올해도 여전히 ‘빼빼로데이’로 굳힐 것으로 보인다. 윤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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