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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향토사에 대한 나의 견해이호석/합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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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3  18: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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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수필가-향토사에 대한 나의 견해

보통 ‘역사’라고 하면 오래전의 큰일들로만 생각한다. 역사란 수십, 수백 년 전의 일만 아니고, 어제오늘의 중요한 일도 역사로 남는다. 그러므로 매일 같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오랜 세월 지나간 역사의 한부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이론으로 심하게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다툼은 근원적 역사관의 차이에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일부 지식인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을 그 역사의 진실인양 고집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내 고장 합천의 예를 들어본다.

우리 합천에는 향교가 4곳이나 있고 유림도 많다. 그래서 자칭 선비의 고장이라고 자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칭 선비(지식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향토사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가 대체로 남의 생각은 무시하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는 면이 많다.

이러한 정서로 이곳 합천 출생인 여말선초의 대승인 무학대사나 조선 중기 대학자인 남명 조식, 래암 정인홍, 신재 주세붕 선생 같은 훌륭한 역사적 인물들의 현창(顯彰)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틈을 타서 이들과 관련 있는 다른 지역에서 현창사업을 대대적으로 하여 그들의 족적을 모두 빼앗기고 있다. 무학대사는 충남 서산에서, 남명 조식은 인근 산청에서 그들의 근거지를 성역화하고, 그 지역의 대표 역사 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같은 시대에 큰선비로 퇴계 선생과 쌍벽을 이룬 남명선생이나 임란 창의의 대표 인물로 지역 임란창의사에 봉안된 래암 선생의 근거지도 다른 지역 유사 인물들의 유적지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몇 가지 더 예를 들어 보면, 먼저 삼국시대의 ‘대야성 실체화 사업’을 들 수 있다. 이곳 합천은 당시 군사 요충지로 알려져 있고, 그 시대 수차례의 전투가 있었다. 특히 642년에는 백제의 윤충 장군이 이끈 일만 대군에 의해 대야성이 함락되는 전투가 있었고, 이로 인해 신라가 삼국통일을 결심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이 대야성 싸움에서 곧은 절개로 성을 지키다가 장렬히 전사한 ‘죽죽’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대야문화제’라는 지역 축제를 만들어 매년 가을 온 군민이 함께 모여 이를 기리는 큰 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야성도 전투의 역사는 여러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지역에서 성터에 대한 이견이 분분할 뿐 아니라, 확실한 고증을 받기도 어렵다. 이런 정황 속에서 지난 2015년 합천군에서는 합천군 통합(1914년 합천, 삼가, 초계군이 합쳐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대야성 실체화 사업’을 선정, 시행하였으나 겨우 군 소재지 입구에 성문 형태의 건물만 덩그렇게 지었다. 이 사업을 추진할 때도 일부에서 “삼국시대의 대야성은 토성이었다. 꼭 고증을 받아야 한다.”는 등 천년이 지난 이 시대에서 할 수 없는 주장을 고집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이 외도 앞에서 말한 무학대사의 생거지,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와 기숙지, 신재 주세붕 선생의 출생지 등 군민의 총의가 모아지고, 추진력 있는 지도자가 있다면 보물 같은 많은 유적지가 빛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군내 4개 향교가 있고 유림이 많다고 자랑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많은 환경이 바뀐 지금까지도 과거의 사고에 얽매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향교에는 주로 오성(五聖)과 송조사현(宋朝四賢), 동국십팔현(東國十八賢)의 신위가 봉안되어 있다. 그동안 시대가 바뀌면서 재조명받는 옛 현인들도 많다. 지역 출생 남명, 래암 선생 같은 훌륭한 분들의 신위도 전국 향교에 봉안하도록 관계기관에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강력히 건의해야 한다. 그러한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관내 향교에라도 봉안하는 높은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역사나 인륜의 ‘예’는 과거의 행적을 바탕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 고쳐져 왔다. 어떠한 일도 수백 년, 수십 년 동안 그 형식 그대로 전래되는 것은 없다. 지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더욱 빛나게 하여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 근거가 확실한 지역의 역사를 빛나게 하는 데는 장소나 고증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 지역 내 어느 곳이든 더 좋은 장소에, 이 시대에 맞게 훌륭하게 건설해도 결코 역사 왜곡이 아니다. 전래된 애초의 상황과 옮기거나 변모된 내력 등을 사실대로 기록하여 후대에 전하면 된다. 과거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 우리가 만들어 가는 역사도 중요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내 문화유적 관련 사업을 계획 할 때는 지역민 다수의 의견을 전체의 뜻으로 모아야 하고, 선출직 공인들도 표만 의식한 전시행정이나 선심성 사업을 지양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는 문화 유적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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