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사기(史記)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세상사는 이야기-사기(史記)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15 18:13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사기(史記)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이 찬바람을 맞으며 익어간다. 까치밥 홍시만 남긴 감나무는 동면에 들어갔고, 담장을 덮고 있던 호박넝쿨은 자취를 감췄다. 입동(立冬)이 지난 동네 골목길에 꽃향기가 보인다. 겨울 찬 서리를 온몸으로 견디며 꽃을 피운 장미, 채송화, 나팔꽃이 대견스럽다.

힘겨운 생(生)의 현장에서 고난을 극복하고 삶의 향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기(史記)》는 중국 3000년 역사 기록물이다. 태사공(太史公) 사마천이 약 2000년 전에 52만 6500자, 130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사기’에는 번득이는 삶의 지혜가 가득한 고사성어와 시공을 초월한 통찰력이 녹아있다.

필자는, 사마천과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서초패왕 항우를 물리친 한신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다. ‘구우일모(九牛一毛)’는 ‘죽음이 삶을 결정한다’는 사마천의 이야기다.

궁형(宮刑: 성기를 자르는 형벌)에 얽힌 불굴의 의지와 삶에 대한 애착이 묻어나는 명언이다.

기원전 99년, 한(韓)나라 장군 이릉이 흉노와의 전쟁에서 항복했다. 조정 대신들은 이릉이 승리할 때는 칭찬 일색이었으나 전쟁에서 패하자 태도를 바꿔 강하게 비판했다. 사마천 혼자 그를 변호하다가 황제의 노여움을 받아 옥에 갇힌 신세가 됐다. 이듬해, 사마천의 나이 마흔여덟에 사형을 선고받아 절체절명의 위기를 맡는다.

한나라 법에 사형을 면하는 길이 두 가지 있었다.

죄를 면하기 위해 50만 전이라는 돈을 내거나 성기를 자르는 궁형을 받는 것이었다. 사마천은 집안이 가난하고 의지 할 곳이 없어 후자를 선택했다.

죽음보다 더한 치욕과 극한의 교통을 견디며 외롭고 절망적인 순간에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금 법에 따라 죽는다면 그것은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한 올 뽑는 것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보잘 것 없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삶에 대한 강한 집착과 끈질긴 노력이 마침내 ‘사기’ 완성 이라는 일생의 과업을 완수하게 했다.

한신은 한(漢)나라 개국 공신으로 소하, 장량과 함께 한초삼걸(漢初三傑)이라 불린다. ‘토사구팽(兎死拘烹)’, ‘과하지욕(誇下之辱)’, ‘배수지진(背水之陣)’, ‘다다익선(多多益善)’등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기’ 「회음후열전(淮陰候列傳」에 표모반신(漂母飯信)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한신은 어려서부터 매우 가난해 끼니조차 먹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는 남창에 있는 정장의 집에서 하는 일 없이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고 있었다. 밥만 축내는 것이 미웠던 정장의 아내가 계속 눈총을 주자 그만 집을 떠나게 됐다.

오갈 데 없이 초라한 형색으로 강에서 낚시를 하는 젊은이를 불쌍히 여긴 노파가 있었다. 표(漂)씨 성을 가진 노파가 밥을 챙겨주면서 ‘용기를 잃지 말라’며 격려해 주었다. 훗날 한신은 큰 뜻을 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유방을 도와 한나라 창업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고향인 초나라 왕으로 금의환향해서 어려웠던 시절 밥을 주었던 그녀를 찾아가 천금으로 보답했다. 밥 한 그릇의 은혜를 천금으로 갚았다는 뜻의 ‘일반천금(一飯千金)’의 유래다.

사마천과 한신은, 온갖 수치와 치욕을 견뎌낸 고난극복의 아이콘이다.

하루는, 24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선물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23시간이 될 수도 있고 25시간이 될 수도 있다.

사마천은 죽음이 삶을 결정한다고 하면서 역설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있다.

당신은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어떤 생각’,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