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어떤 등산
등산은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보람찬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등산이란 별 의미가 없는 작업이다. 밥이 나오느냐 돈이 나오느냐고 투덜거리는 사람조차 있다. 또한 등산은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해볼만 하다고 한다. 그러나 등산은 오직 혼자서 자신만을 벗하며, 자신과 싸우는 고독한 작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한 면만 본다면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등산이라는 전체를 놓고 보면 맞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그렇다면 등산을 전체를 놓고 생각해본다는 건 또 무엇일 것인가? 대체 등산이란 무엇일까?
등산은 산을 오르는 것을 말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 여기서 말하는 등산은 보통 사람들이 보통의 산을 오르는 것으로 하자. 알프스산이라든지 후지산의 정산에 국기를 꽂는 전문 산악에 대한 이야기까지는 가지 말자고 정해놓자. 거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산을 중간쯤 올랐을 때는 두 친구 모두 숨이 차고 힘들었다. 술도 다 마셨다. 술을 사온 친구가 불쑥 물었다. 친구야, 우리는 왜 등산을 하지? 자네가 먼저 하자고 하지 않았어? 그래, 내가 먼저 하자고 했는데 막상 이렇게 힘이 드니까 왜 하는지 좀 기분이 그래. 술을 좋아하는 친구는 자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두 친구는 서로 멀뚱멀뚱 쳐다볼 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숨이 차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먼저 조금 쉬어 가자고 제안을 했고 두 사람은 알맞은 바위에 편하게 앉아 쉬게 되었다. 마주보며 둘은 멋쩍어 웃었다.
친구야 참 좋다. 술을 사왔던 친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뭐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봐라, 저 겹겹이 쌓인 산을 봐, 정말 놀라워. 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끝없이 이어 겹겹이 쌓인 산맥을 말없이 감상했다. 이번엔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슬그머니 웃으며 말했다. 배고프지? 그리고 배낭에서 김밥과 마실 것을 꺼냈다. 지난밤에 손수 싼 김밥이었다. 전날에 아내에게 김밥 싸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 먹을 만할지 모르겠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친구가 맛있다고 하자 금세 표정이 환해지며 말했다. 산이 아무리 멋지고 좋은들 자네가 없었다면 별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등산이나 인생이나 이렇게 자네 같은 친구가 있으니까 의미가 있는 것일 거라는 말이지. 술을 사왔던 친구는 배낭 깊숙한 곳에서 팩에 든 소주를 하나 깨내며 웃었다. 자네가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할 줄 알고 내가 준비했어. 둘은 웃었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가 소주를 넙죽 받아 마셨고 취기가 오른다 싶더니 술을 사왔던 친구는 또 한 팩을 꺼내 나눠 마시고, 친구가 다 마시고 나면 또 꺼내서 빈 팩이 대여섯 개가 되자 둘은 더 이상의 등산은 낼로 미루기로 의논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텐트를 치고 놀고 마셨다. 산은 낼 올라도 되니까.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