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애욕과 애정, 그리고 인간애
칼럼-애욕과 애정, 그리고 인간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11.27 18:5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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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애욕과 애정, 그리고 인간애


그리스 신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올림포스 산 위에 신들이 지상에 내려와 인간사회를 살펴 본 후, 인간들의 우수성과 유능함이 곧 신들보다 앞설 것 같다는 걱정스러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신들이 모여 인간들이 영구히 신들 밑에 복종할 수 있도록 운명적으로 결정지을 방법이 없겠는가? 하고 연구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당시는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지지 않고 완전한 동일성이었던 인간을 반씩 쪼개서, 한쪽은 남자를 만들고 다른 한쪽은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그다음부터는 인간들이 그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합치기 위해 다른 발달을 할 수가 없어 신들보다 앞서지 못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신화이기는 하나, 그 속에서 우리는 잠재해 있는 인간적 본성의 두 가지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그 하나는 남녀 간의 애모심이 얼마나 본능적이며 절대적인가 하는 것이다. 반으로 나누어지기 전의 인간은 나름대로의 삶의 가치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뒤따르는 문제는, 짝을 찾은 뒤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남녀가 사랑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갖게 되면 그 가정적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가? 하는 과제이다.

남녀가 서로 사랑해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자연스럽고 성스러운 인간적 의무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루어진 결혼이 이혼이 되기도 하며 가정적 불화를 초래하게 되는가. 그것은 결혼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무책임하게 결혼을 하기 때문이다. 무자격자의 가장 큰 특징은 이기적 인생관과 가치관이다. 흔히 결혼했다가 파혼을 하거나 이혼을 한 사람들은 성격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격은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을 모르고 결혼을 했다는 말인가? 그런 것은 성격의 차이가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안고 있는 이기심을 극복하지 못한 때문이다. 내가 잘 아는 어느 부부는 개인적으로 유능하며 사회적 인정을 받는 직업도 가지고 있어서 밖에서 보기에는 행복한 가정이라고들 보고 있었다. 어느 날 이혼을 했다고 한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부터는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배려해 주기 보다는 타산이 앞서는 이기주의 자였다.

사랑의 나무는 조심스럽게 키워가는 것이다. 사람은 결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은 사랑의 출발이다. 사랑의 성장은 서로를 배려하는 정성스러운 반성과 노력에서 이루어진다. 사랑의 나무가 자라는 데는 3가지 정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첫째는 애욕의 과정이다. 인간에게 성적 본능과 욕망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인류의 번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욕정을 채우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다. 둘째는 애정이다. 결혼생활을 쌓아가다 보면 애욕이 애정으로 변하게 된다. 가정의 구성원이 부부에서 자녀에게까지 확대되면 사랑의 내용도 바뀌게 된다. 일본에서는 부부가 이혼을 결정한 후에도 막내가 결혼할 때가지는 이혼을 보류하는 것을 부모의 도리라고 여긴다. 우리의 가정도 그렇다. 딸이 어머니에게 요청한다. 아버지와 이혼하는 것은 좋은데 내가 시집갈 때까지는 참아주면 좋겠다는 그런 것이다. 셋째는 인간애이다. 사랑의 나무에는 많은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 열매는 자녀들이다. 그리고 그 열매는 가족과, 이웃과 사회를 위해 베푸는 사랑과 봉사다. 나의 아내는 몇 년 전 큰 수술을 하여 오랫동안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한 때는 절망적인 단계에 이르기도 했었다. 내 나름대로는 지극정성으로 최선을 다했다. 다행스럽게도 결과는 좋아서 인생을 되찾은 기분으로 남은여생을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간혹 보면 늙어서도 애욕이 사랑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정한 애정을 느끼지 못한 부부는 사랑을 모르는 빈 그릇과 같은 시간을 허비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세상에서 가장 허무한 고독을 느끼는 사람은 자녀들이 없이 인생을 마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계승한 니체는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지닌 철학자였고, 시인이었다. 그는 말년에 정신병을 오랫동안 앓았고 가장 쓸쓸한 말년을 보냈다. 그를 사랑했던 여동생의 기록에 의하면, 오빠가 정신병자로 지내면서 서산에 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한다. 두 철학자는 모든 사람이 누리는 평범하고도 따뜻한 사랑을 체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혼의 시즌이 되었다. 새로 출발하는 부부들이 패기 넘치는 정열적인 애욕이 불타고 그것이 승화되어 애정이 되고 또 그것이 무르익어 인간애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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