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흔드는 K팝
파리를 흔드는 K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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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수필가

통영효음음악학원원장

요즘 우리 아이돌 가수들이 유럽문화의 중심부라고 불리는 프랑스 파리를 K팝으로 물들이고 있다. 프랑스 청소년들이 우리 노래에 감동을 받고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은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놀라운 일이다. 이것이 한류의 힘인가? 그동안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K팝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같은 동양의 문화권이기에 쉽게 다가오는 정서적차원에서 가능성을 높게 보아왔다. 그런데 지금, 한시적이고 제한적이라고 생각해왔던 우리 노래가 동양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그것도 명실공이 세계문화 강국의 심장을 강타하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실감이 가지 않아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프랑스 드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 1000여 명의 프랑스인들이 공항에 나와 환호하고 ‘소녀시대’의 ‘지’를 합창한 광경은 결코 가벼이 넘길 게 아닌 일대 충격의 순간이었다. 떼를 지어 괴성을 지르고 춤을 추는 일종의 집단 히스테리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선 ‘현상’의 시작이다. 아무에게나 이런 일이 있는 게 아니다.

공항에서 프랑스 팬들의 열광적 반응은 K팝의 신드롬, 한국 대중가요 현상의 전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K팝의 유럽 진출은 뜻 깊다. 흔히 한류의 최종 귀착점을 미국이라고 하지만 문화종사자들은 미국보다 유럽 진출이 더 어렵고 까다롭다고 판단한다. 풍부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각국들은 콘텐트의 신선도와 질적 파괴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타국의 대중문화 수용에 배타적인 면을 드러낸다고 한다.   

 우리는 유난히 서구문화의 대한 동경심이 강하다. 서구 노래와 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식견을 가진 사람에게 부러움과 멋을 느끼곤 했다. 왠지 많이 배운, 그래서 앞서가는 엘리트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향한 우리의 우러러 보는 증세는 거의 병에 가까울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생활을 하셨던 영어 선생님에 관한 애기다. 선생님 말씀은 거의 영어에 가까운 우리말이었다. 혀 꼬부라진 우리말은 아이들에게 유행어로 급속도로 번져갔다.

선생님의 그런 모습이 얼마나 멋있던지 한번은 수업시간에 노래를 불러주시는데 비들즈의 노래 예스터데이였다. 그 노래는 우리 또래 친구들에게 최고의 인기 팝송으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선생님은 여느 선생님과는 다른 이국적인 면을 가지고 계셨고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땐 선생님 모습에서 느꼈던 매력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꼭 한번 미국이나 서구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우리는 1970년대만 해도 유럽인들 사이에서 아예 존재감이 없거나, 있어봤자 ‘남의 나라 상표로 옷과 라디오와 신발을 만들어 팔고 광부를 보내는 나라’ 정도로 인식됐다. 그 뒤 반도체, 선박, 자동차 수출에서 세계 선두권을 다투는 산업국으로서 경제적 성과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문화적 측면에서는 ‘동아시아의 변방 국가’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K팝 콘서트는 유럽인들의 그런 인식을 바꾸는 중대 전환점이 됐다.
 
지금까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던 작은 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수출로만 알려졌던 한국이 이제 문화를 알리게 된 것이다. 보다 긍정적인 사실은 한류의 효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선호하는 장벽 높은 유럽의 시장에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의 급상승과 함께 K팝 한류의 성장과 확대 가능성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체계적이면서도 빈틈없는 기획 관리와 우리의 발 빠른, 세계 수준의 정보화 힘이 결정적인 이유다. 인터넷·유튜브·SNS 등을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초일류의 기술을 문화적 콘텐트와 접목시키는데 성공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비틀즈와  뉴키즈온더 블록의 음악을 듣고 열광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런데 지금, 세계 문화계에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시작된 아이돌의 노래가 강도 높은 파장을 일으키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태극마크가 박힌 머리띠를 두르고, 한글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우리도 읊조리기 힘든 랩 가사를 줄줄이 따라 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이며 우리 대중문화의 힘과 자부심을 느끼는 기분 좋은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문화의 위상이 세계 속에 널리 뻗어가기를 소망해본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세계인들 앞에 당당한 모습과 열정으로 우리의 노래를 알리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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