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변화시키려면,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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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영/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 행정과

예전에 전라남도 군산~여수까지, 서남해안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 때 여수역 앞의 한 분식집에서 먹었던 김밥과 라면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내 주머니에는 일주일간의 여관비와 버스비 정도가 전부였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표를 끊고는 역전을 어슬렁거렸지만, 저렴해 보이는 분식집은 단 한 군데, ‘엄마손분식’ 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 쪽 구석에 중년의 남녀가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내가 들어와도 본 척 만 척, 한참을 티내니 겨우 주문을 받는 것이었다. 기껏 한다는 말이 “어, 아가씬줄 알았네”하며 깔깔대는 것이다. 기분이 나빴지만 굶을 수는 없는 노릇, 라면과 김밥 한 줄로 허겁지겁 배를 채웠다. 다 먹고 나오면서 계산을 하려고 돈을 건넸다. 순간 그 아주머니의 태도가 돌변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두 손으로 줘, 배운 사람이네. 요즘 젊은 것들은 한 손으로 주더라고, 걔네들이 한 손으로 주면, 나도 한 손으로 줘, 젊은 사람이 예의가 바르네” 한참을 호들갑 떨며 나를 칭찬하는 것이었다. 아니, 당시 내 느낌을 떠올려보자면, 나를 칭찬하기보다는 마치 로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듯이 혼자서 방방 뛰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나 역시 기분이 180도로 바뀐 것은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까지도 푸대접 받았다는 생각에 투덜대다가, 나를 칭찬해주는 말 몇 마디에 배낭여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여수에서 용산까지는 다섯시간 이상이 걸렸다. 12월 30일, 전라도의 어딘가쯤에서부터는 굵은 눈발이 날리고 창밖의 풍경은 그저 하얀 도화지였다. 오면서 오늘 낮의 일을 되새겨 보았다. 나는 왜 대낮부터 술추렴을 하던 중년들을 그렇게 고깝게 봤을까,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나를 본체만체 하다가, 나의 작은 행동 하나로 인해 내 친어머니처럼 상냥하게 나를 반겨주었을까.

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공손한 태도가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또 다시 내 마음을 풀리게 한 것이다.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눈빛, 질시와 원망, 칭찬과 격려 모두 내가 뿌린 것이 아닐까.
인간관계가 힘들어질 때면 스스로 거는 주문이 있다.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는 것은, 그 사람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싫어한다는 것을” 상대방의 외양이나 일부분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섣불리 그 사람을 괄시했을 때, 나중에 분명 땅을 치며 후회를 했다.

내 감정은 스스로 통제하기가 참 힘들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태도는 어느 정도 순화시킬 수 있는 것을 나는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부대끼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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