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군 ‘가야 이야기’ 서막을 열다
합천군 ‘가야 이야기’ 서막을 열다
  • 김상준기자
  • 승인 2017.12.14 18:4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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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재조명’ 가야문화 연구 복원 사업 박차

삼가고분군 발굴·다라국 역사테마파크 조성

야로 야철지 복원·성산 토성 국가사적 지정

 합천군은 가야사 재조명을 위한 가야문화 연구 복원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史) 복원’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타 지자체도 가야사 관련 사업 아이템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합천은 가야사 관련 지자체들 중에서도 삼가고분군 등 미발굴 유적이 산재하고 있는 가야사의 중심에 있는 곳으로 가야사와 관련한 학문적 연구 성과와 더불어 합천 미래 100년을 준비할 수 있는 문화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앞서 사업별 추진계획을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우선 지난 6월 정부의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의 발표 이후, 합천군은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잊혀진 역사인 가야의 재발견과 영호남에 걸쳐 있는 가야사의 공동연구와 개발을 통해 영호남의 화합이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할 수 있는 다양한 가야사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해 진행해 오고 있다.

▲ 합천군 삼가고분군 발굴현장
◆삼가고분군 발굴정비 - ‘은둔의 역사 가야의 중심이 되다’
가야사의 연구에 있어서는 영세한 기록이 가지는 한계로 인해 고분의 발굴·조사 등 고고학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삼가고분군은 1981년 동아대학교 박물관에서 봉토분 9기를 수습조사 이후 국도 33호선 확장 공사 구간 내에 포함되어 2009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발굴조사를 통해 그 성격과 위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삼가고분군은 직경 30~40m에 달하는 대형봉토분이 다수 존재하고 전체 무덤의 수가 500기 이상이 되며, 3~7기의 매장주체부를 덧대어 만든 여러 덧널식 구조의 독특한 무덤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주변의 함안 말이산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에 뒤지지 않을 규모와 수량이다. 또한 4~6세기대 다양한 경남서남부지역의 토기는 물론 당시의 최첨단 기술체제를 상징하는 재갈, 발걸이 등의 기마용 말갖춤새가 많이 출토됐으며, 세잎고리자루큰칼 등 최고 수장의 존재를 나타내는 장식큰칼도 출토됐다.

이러한 무덤의 형식이나 유물의 성격은 합천의 대표 가야왕국인 옥전고분군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이 지역에 다라국과는 다른 가야국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근 이러한 특징을 근거로 삼가고분군의 축조집단을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 10국 가운데 사이기국(斯二岐國)으로 보는 연구도 있다. 이를 통해 합천은 옥전고분군을 중심으로 하는 다라국과 함께 적어도 두 개의 가야국이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삼가고분군은 옥전고분군에 비해 학계의 주요 가야유적으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잊혀진 가야 역사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가야사에 대한 국정과제 목표로서 삼가고분군의 고고학적 가치를 부각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 11월 2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학술 세미나에서 이번 가야사 연구와 관련해 중심고분군에 대한 치밀한 기획하에 조사해야 하며 중심 고분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조사방향에 대해 삼가고분군이 가야사의 중심 고분군으로 거론되고 있어 삼가고분군 발굴·정비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합천군은 현재 자체재원을 긴급편성해 정밀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2018년 문화재 보수·정비 사업비 2억원(도비 포함)을 투입해 표본 발굴·복원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발굴성과와 기본 자료를 정리하고 관계 전문가들의 현장자문을 통해서 삼가고분군을 체계적으로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다양한 자료 및 성과는 특별기획전 및 학술대회 개최, 언론보도를 통해 일반 대중들과 학계에 알려 가야유적으로서의 성격과 가치를 높이고 삼가고분군 주변은 탐방로 정비 및 전시관 건립 등을 통해 누구나 편하게 가야를 느낄 수 있는 역사와 문화의 체험장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 합천 성산토성 발굴현장
◆다라국 역사테마파크 조성 ‘가야의 삶을 보다’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 뒤쪽에는 ‘ㄱ’자형의 독립구릉을 따라 토성과 석성 일부가 남아 있다. 이 유적은 옥전고분군과 인접하고 있고 성지 내부에서 고분군과 같은 성격의 유물들이 다수 발견되어 옥전고분군을 축조한 다라국 지배자의 도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합천군에서는 ‘국내 유일의 가야 도성 복원 및 다라국 역사지구 조성계획(안)’을 수립하고 성산토성의 규모 및 성격 규명을 위한 발굴조사를 추진해 초기 단계적인 자료 확보를 했다. 유적지 내에서는 성벽, 목책, 제사유구, 건물지 등을 확인됐는데, 특히 구릉 정상부와 남사면에서는 공주 정지산유적, 공주 공산성, 고령 전대가야 궁성지 등 주요 건물로 사용된 여러 동의 대벽건물지가 확인되어 성산토성이 다라국의 도성 또는 왕도임을 보여준다.

그동안 가야사 연구는 고분 발굴 성과에 치중된 연구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토성이라는 생활유적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방향의 이슈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성산토성유적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다. 현재 합천군은 도기념물 지정신청 및 도기념물 국가사적 승격 사업비를 확보해 국가사적 지정을 위한 미비사항 및 보완을 위해 발굴조사를 해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주변의 우수한 복원·정비 모델을 참고해 가야의 고대 도성을 복원·정비하고자 한다. 복원모델로는 일본의 요시노가리유적(吉野ヶ里遺蹟)을 예로 들 수 있다. 요시노가리유적은 일본 야요이시대의 대규모 마을 유적으로 1986년 공업단지 개발을 위한 사전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이 유적의 중요성을 고려해 일본에서는 고대유적지와 자연공원을 융합해 복합공간으로 복원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휴식과 탐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성산토성도 요시노가리 유적과 같이 옥전고분군과 연계한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 합천군 삼가 고분군 발굴현장
◆야로 야철지 복원사업 - ‘가야의 힘 ‘철’ 그것은 어디에‘
누구나 가야라고 하면 철의 왕국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가야시대 철 생산과 관련된 야철유적(冶鐵遺蹟)은 고고학계에서 공식적으로 검증된 곳은 없으며 대부분 조선시대의 야철유적으로 판명되고 있다.

합천에는 야로(冶爐)라는 철 생산과 관련된 지명이 남아있다. 이 지역은 가야의 철 생산지로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추정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해당 지역을 조사해 나갈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밀지표조사를 통해 가야시대 야철지 관련 유적 분포조사 및 발굴범위를 확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가야시대 제철 유적·유물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고고학적 성과물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대국가 성장의 핵심이자 가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철 생산지로서의 합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합천군은 고대 제철시설의 복원, 야로 야철 박물관 등 유적과 연계할 수 있는 특화된 고대 야철문화 관광개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가야사 관련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경남도의 사업방향에 대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경남도의 내년 사업관련 주력 방향은 도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를 국가사적으로 최대한 승격시킨다는 것이다.

합천군은 삼가고분군 발굴·정비 사업과 다라국 테마파크 조성과 관련한 성산 토성의 경우 2018년 12월까지 최종 국가사적 지정을 완료해 국도비를 차질없이 확보 할 계획이다.

삼가고분군은 공론화 단계가 남아 있지만 학계에서 가야의 중심고분으로 손색이 없다는 다수의 영향력 있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으며, 성산 토성은 그 동안의 발굴조사와 학술연구용역을 통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일부 검증된 바 있어 목표하고 있는 내년 12월까지는 국가사적 지정이 이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흔히 가야라고 하면 금관가야 대가야와 같은 ‘6가야’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가야는 6개의 나라만 있었고, ‘○○가야’라는 나라 이름을 사용했을까?.

6가야의 이름이 처음 실린 자료는 고려 말에 편찬된 ‘삼국유사’ 5가야 조의 기록이다. 이는 가락국기의 가락국 수로왕 건국 신화에 나오는 6란(六卵) 설화에 덧붙여진 것으로 ‘○○가야’라는 형태의 나라 이름은 삼국시대 당시의 나라 이름이 아니라 신라 말 고려 초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가야는 적어도 20개 이상의 나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빈약한 역사기록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야사에 대한 왜곡의 단면이다.

합천군은 가야사복원이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가야사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으로 다양한 가야사 관련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으며, 김해 고성 창녕 함안과 더불어 가야사 관련 주요 5대 시군에 포함되는 등 초기 단계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사업 윤곽은 아직까지는 안개 속으로 학계 인적 NET-WORK의 적극적인 활용과 치밀한 계획을 통해서 각종 사업들이 원활히 추진되어 합천군 내에 존재하는 우수한 여러 가야유적들이 사장되지 않고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김상준기자
▲ 합천 쌍책 옥전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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