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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칭찬(1)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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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7  18: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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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칭찬(1)

지금 우리 시대가 전반적으로 칭찬에 인색한 것 같아 나라도 칭찬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한 것이지만 나는 우리가 사는 이 한국사회가 정말 ‘희한한’ 곳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통질서 무시부터 시작해 정치 지도자들의 온갖 비리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정말 문제투성이로 사회 전체가 엉망진창인데, 그런 한편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우수한 인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정말로 수준 높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양단이 이토록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나라가 여기 말고 또 있는지 나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세계 정상에서 1,2등을 겨루고 있는 삼성 엘지 현대 같은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 영화 춤 노래 같은 한류는 물론이고 양궁 빙상 태권도 같은 스포츠도 그렇고 또 아주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의료나 의료보험 같은 것도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듣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것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보다는 비난이나 트집잡기 같은 소리가 더 자주 들려온다.(총 맞은 귀순병을 기적처럼 살린 이국종 교수에 대한 트집잡기도 그런 경우다.) 잘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일단 칭찬부터 하자고,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밝은 공기를 이 사회에 퍼트리자고, 그렇게 나는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 “칭찬은 그것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것을 하는 사람도 함께 높여준다” 이런 ‘칭찬의 철학’을 사람들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 차원에서 칭찬할만한 일들을 시리즈로 하나씩 들추어보기로 한다. 우선 아주 비근한 사례들부터 시작하겠다.

최근에 공중파 3사가 아닌 모 티비 채널에서 <더 패키지>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참고로 나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영화로 피로를 풀었던 것처럼 드라마로 학문의 피로를 푸는 편이다. 드라마는 집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드러누워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보다 장점이 많다.) 드라마 비평이라는 전문분야도 있다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라도 이건 칭찬이 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드라마는 아주 잘 만든, 아주 재미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성이 있는, 훌륭한 드라마였다. 패키지여행이라는 흔하디흔한 소재에 그 고객들 각각의 삶의 이야기, 가이드와 고객의 사랑, 아름다운 프랑스의 풍광 등을 아주 깔끔하게 잘 버무렸다. 이연희・정용화라는 배우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조연들의 캐스팅도 흠잡을 데 없었고 그들은 훌륭한 연기로 그 캐스팅에 보답했다. 스토리 전개에서는 은근히 한국사회의 비리도 고발하는 사회성까지 겸비했다. 커플들의 아웅다웅을 통한 인생론적인 철학도 곳곳에 녹아들어 있었다. 연출 전창근 극본 천성일, 두 사람 모두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이지만 나는 이들도 저 배우들 못지않은, 아니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칭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광도 좀 나눠줘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막장으로 도배질 된 싸구려 드라마들이 황금 시간대를 장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고작 2.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우리를 좀 슬프게 만든다. 시청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싶다. 훌륭한 작품을 봐주지 않으면 그런 것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의 원리는 문화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는 이 드라마의 작가 연출가 출연자 방송사 그 어느 것과도 인연이 없다. 오직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그리고 철학자로서 아낌없는 칭찬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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