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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구경 시집을 읽다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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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6  18: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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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박구경 시집을 읽다

이즈음엔 시집을 읽는다. 좋은 시를 읽는 건 목이 마를 때 맥주를 마시는 것 만큼이나 갑갑함을 달래준다. 게다가 일상이 유난히 잘 안 풀릴 때라든가 유독 더 팍팍하다고 여길 때에 시집을 펼치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입가로 엷은 미소가 그려지며 슬그머니 그 시집을 끌어안게 되리라. 또 시는 짧으니 그리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머리 맡에 두고 잠자기 전에 한 두 편 읽으면 꿈자리도 곱다. 그렇게 하기엔 박구경 시인의 시집 <국수를 닮은 이야기>가 딱이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니까! 국수를 닮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면 국수를 먼저 생각해봐야겠다.

국수는 이견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의 대표 국민음식이다. 국민음식답게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잔치국수, 멸치국수, 동치미국수, 비빔국수, 물국수 등. 갑자기 멸치국수 먹고 싶다. 이 글쓰기 마치고 장만해서 먹어야지! 나는 어릴 때 들에서 어른들이 새참으로 먹는 국수를 얻어먹던 그 맛은 언제나 그립다. 그걸 얻어먹기 위해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들로 물주전자를 들고 따라간 날들이 어제만 같다. 잔치날 먹는 국수는 명이 길어 오래오래 살라는 기원이 담긴 국수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국수를 이로 끊어먹으면 눈을 흘긴다. 명도 그렇게 잘릴까봐. 이게 국수다.

그러니 ‘국수를 닮은 이야기는 우리 국민 중에서도 서민을 닮은 시집이고 시들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맞다. 서민 중에서도 유난히 정이 많은 서민들을 닮은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들어 있는 시집이다. 아무리 좋은 시라도 그 시어들을 듣거나 읽어야 제맛이다. 그러나 이 짧은 지면에서 <국수를 닮은 이야기> 속에 있는 시를 다 말할 수는 없겠다. 제2부에 기록된 시들이 특히 마음을 위로해준다. 시인의 가족 이야기인데 마치 나의 가족 이야기를 내가 한 것처럼 여겨진다. 어머니, 아버지, 고모…이런 사람들은 가만히 부르는 것만으로 감동인데.

‘유리잔 가득 막걸리를 부어/ 붕어처럼 소리 없이 웃어요 엄마,'ㅡ 응시의 부분ㅡ 이 시구를 읽으며 우리는 금세 알아차린다. 아, 시인의 엄마는 이 세상 사람이 이미 아니구나. 그리고 각자의 엄마를 가슴 깊이 그리워하리라. 아직 엄마가 살아있는 사람은 주말에 엄마를 보러갈테지. 담배라는 시도 읽으면 마음이 너무 아픈데 닭이 울기 한참 전에 라는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전문을 다 읽어보자. 흰 종이에 꺼적거리다 나도 모르게 무얼 쓰고 말았다/ 가난은 너무 심해서 혁명은 피와 고름/ 그리고 그에 덧쓰다가 물에 젖기 전에 만난/ 이미 많이 번진/ 어머니…/ 나도 모르게 비밀스러운 마음을 다 쓰고 말았다/ 우리에겐 어머니라는 한 마디만으로도 내 모든 비밀인 것이다. 대개의 비밀은 상처나 아픔인 것이다. 그 어머니가 불러도 대답하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린 후라면 그 아픔은 우물처럼 깊게 마련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된다.

달걀 삶아 먹는 겨울밤은 깊고 라는 시는 아버지에 관한 시다. 시인의 아버지 역시 어머니처럼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간 듯. ‘따뜻한 삶은 달걀을 먹다가 그만 사이다처럼 치어오르는 아버지’라고 맺고 있다. 특별히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 간 아버지를 둔 자식들은 그에 대한 애증이 남다르다. 평생 가족들을 호강 한번 못 시켜준 데 대한 원망은 좀처럼 용서가 안 되지만 문득문득 아버지의 선량함에 생각이 미치면 가슴이 미어진다, 누구나. 말이 선량함이지 바보처럼 착하기만 한 아버지들은 가난이라는 족쇠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이 물려받은 가난은 더욱.

어머니를 보내고 이제 어머니가 된 시인은 어머니가 될 딸을 보며 또 한번 마음이 저민다. 시인은 ‘책에 눌린 3년’이라는 시에서 딸을 불러내어 ‘객지로 떠돌다 보니 따뜻한 밥도 못해먹인 게 아프고 속상하구나’라고 미안해 한다…여성의 위대함이 참으로 슬프고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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