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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시인 박노정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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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2  18: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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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시인 박노정

그에 대해서 짧은 혀로 뭐라고 말을 하자니 목이 꽉 메인다. 우선 그를 어떻게 호칭해야할지 무척이나 송구하다. 내 마음의 스승임에 틀림이 없고 변함이 없지만 매냥 하는 대로 선생님이라고 하자니 그게 공론지면에서는 거시기하다고 하니 그럴수도 없다. 고민을 하다 이번 개정판 시집 <운주사>의 해설을 쓴 김륭이 ‘그’라고 호칭한 것을 보며 무릎을 쳤다. 개정판 이전의 그 시집을 읽을 때만 해도 이다지 그가 ‘거룩하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판 <운주사>를 읽고는 정말이지 몸둘바를 모르겠다. 표사에서 그는 ‘세상의 복’이라고 했는데 내겐 나의 복이다.

그의 시집을 읽으면 갑자기 마음 먼저 바빠진다. 뵈야할 사람도 많고 가서 보아야 할 곳도 많다.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아지고 사서 읽고 배워야 할 책도 많아진다.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많이 알아보셨을까? 어떻게 그렇게 거룩한 속내를 꿰 뚫어보셨을까? 그토록 숨어있는 고운 곳을 찾아가서 고스란히 시로 그려낼 수가 있단 말인지. 그러다 시집을 다 읽고 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가 간들 그분이 본 만큼 볼 수 있을 것인가, 또한 배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마음에서다. 그런 다음엔 또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분만이라도 자주 찾아뵈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제1부만 조심스럽게 언급해본다. 제1부에는 사람이 제목이다. 사람이라고 그냥 사람이 아니고 거룩하고 훌륭한 사람이다. 장일순, 민병산, 천상병, 법정스님, 이오덕, 권정생, 이선관, 채현국, 김열규, 김장하, 김재섭, 노무현, 김종철…등이 제목이다. 제목, 법화경에서 부처 또는 불성을 불러내는 걸 제목을 부른다고 한다. 시인도 역시 부처를 불러내듯 제목을 불러냈다. 시인은 단 몇 줄로 저 거룩하고 훌륭한 부처들을 용현해낸다. 그들은 또 하나 같이 약하디 약한 사람들만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아가는 부처들이다.

장일순 부처는 “기어라, 모셔라, 함께하라”고 시인에게 당부했고 시인은 우리에게 함께 그러자고 일깨운다. 김종철 부처가 발행한 <녹색평론> 대해 “이상한 잡지가 있다. 모두가 돈 버는 법을 외칠 때, 고르게 가난해지는 법을 얘기하는 잡지다. 다들 성장과 개발로 내달릴 때, 이런 괴상한 잡지가 나의 생활을 바꾼다. 아주 천천히 기분 좋게” 어느 독자의 말을 시인은 우리에게 신이 나서 옮겨준다. 가난한 나도 신이 나서 이렇게 옮겼다. 아, 그리고 김진숙 부처! 저 아름다운 부처를 시인은 ‘눈물꽃, 위대한 희망경’이라고 칭했다. 시인에 의하면 이토록 부처가 많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복날 식구들을 생각해서/ 키우던 개를 나무에 매달고/ 몽둥이질을 해댔는데 워낙 처음 하는 일이라/ 그만 놓치고 말았다 개는 깽깽거리며 달아났는데/ 울며불며 찾아 나선 이오덕에게 사람들은/ 산억덕을 넘어갔다고 했다/ -이오덕 중에서-’ 그 개가 한쪽 눈을 잃고 돌아왔고 이오덕 선생은 오래 아버지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은 한없이 슬프지만 쿡쿡 웃게 되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이 한 에피소드로 이오덕 선생과 그 가족의 어진 마음을 다 헤아리고도 남는다. 이처럼 시인은 ‘어진’ 마음을 퍽이나 소중히 여긴다.

서정춘 부처에 대해선 키 작고/ 시 짧고/ 가방끈 짧은/ 순천 토종 서정춘 시인/ 가슴엔 하루 종일 겁나게/ 슴배인 슬픔, 카톡으로/ 실어 나르는 독백 골골샅샅/ 역사를 다시 쓰는/…서정춘 전문…이라고 형상화했다. 짧은 시 속에서 우리는 서정춘 시인의 외로움과 고독을 가슴 아프게 상기한다. 그 상기는 우리 자신이 맨날맨날 격어내야 하는 서러움과 외로움에 다름 아니다. 단재 선생 편에서는 '냉수 한 사발 벌컥이며 정신을 추스르네/ 이제 다시 한겨울 북풍과 마주 서리니/ 내 한뉘 밑 구린 일 없나니/ 뉘 앞에서도 고개 숙일 일 결코 없으리/ 라고 시인의 결기를 적었다. 그 결기는 오롯이 독자에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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