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오락
엄마의 오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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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영/소설가
‘어머니가 때리는 매는 대개 두 대로 정해져 있었는데, 먼저 부지깽이로 땅바닥을 때리면서 호되게 야단쳐서 정신을 쏙 빼놓은 다음, 종아리에 딱딱 매 두 대를 올려붙이곤 했다. 막상 맞아보면 그리 아픈 매는 아닌데, 그 부지깽이가 욕소리에 장단 맞춰 땅바닥에서 춤을 추다가 별안간 종아리로 튀어오르는 순간까지가 아슬아슬하여 참기 어려웠다’

현기영 소설가의 책 ‘기상에 숟가락 하나’의 한 부분인데 읽으면서 나는 한참을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세상에 매를 때리기를 좋아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화는 나고, 그 화나는 대로 할 것 같으면 확, 피가 나도록 때릴 수도 있지만 한 대라도 아껴야 되는 줄 사무치게 알고 있기에 회초리로 땅바닥이나 방바닥이나 상처 안 날 아무데나 힘껏 내리치며 애벌로 화풀이를 해야 하는 게 어미 된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화풀이 중에 파리채거나 등긁기 따위 회초리가 때리기도 전에 작살나는 수도 종종 있다.

그렇게 아무데를 내리치는 중에 저 사나운 매가 언제 자신의 신체 어딘가로 잔인한 아픔으로 파고들지 모른다는 공포에 떠는 자식을 보면서, 어느 듯 한 놈 죽이고야 말 화는 두어 대로 풀릴, 그저 그런 화로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물론 갖은 악담과 잔소리들, 지 애비를 닮았다는 둥, 0씨는 씨를 말려도 분이 안 풀린다는(참고로 우리 남편이 0씨다) 둥, 따위들도 화를 푸는 데에 필수다.

교육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는 읽고 나서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조금 얘기하려는 거다.

이 책은 제주도의 정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실은 제주도의 정체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해서는 온 세상의 정체에 대해 얘기한다. 세상의 정체에 대해서라면 어느 방향으로 접근하려해도 조금으로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다. 세상과 세상살이 전부에 대해 철저히 성실해야 한다. 맞다, 이 책은 철저히 성실하다. 작품을 담고 있는 그릇, 그 속의 작품, 그것들 모두를 일구어낸 작가 등.

작품을 담고 있는 그릇은 작고, 크고, 각양각색, 여러 가지로 자질구레하다. 무려 128가지의 그릇 속에 128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 하나하나가 우리네 각양각색의 사람들처럼이나 더할 것도 버릴 것도 없이 완전한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네 이야기 먹고, 싸고, 살고, 자고 하는 이야기지. 조금의 내 이야기를 하자면 엄마들의 오락 이야기다. 이 책을 쓴 현기영 선생은 아이들과의 ‘씨름’을 당시 소설 속 어머니의 오락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오락일까. ‘만만한 상대는 아닌’ 자식을 대적하여 ‘단도직입적’이고 ‘속전속결’로 자식을 키우자면 이 소설 속 어머니처럼 우리도 자식교육을 혼을 쏙 빼놓는 오락으로 여겨보자는 거다. 까짓것! 자식교육을 즐기자는 거다. 어떻게? 조금만 기다리자, 조금 천천히, 조금 간단히 얘기해 볼 것이니까.

먼저 학교교육을 즐기자! 학교교육, 이것처럼 좋은 게 어디 있느냔 말이다. 기역 니은과 더하기 빼기에서 시작해서 꼬부랑 글과 베토벤까지. 보건체조에서 골프까지. 나에서부터 너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에서부터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날 수 있는데가 학교다. 지구는 둥그니까. 그래서, 학교교육도 둥그니까. 둥글어 완전한 전인교육이다.

우선, 학교교육의 강사진을 한 번 보자. 강사진들은 일차 수능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우수한 성적으로 뚫은 인재들이다. 학교교육의 텍스트를 한 번 보자. 거기 필진들 정말 한다 하시는 분들이다. 마지막으로 학교교육 시설과 교육비, 이거야말로 죽인다. 교육비? 완전 공짜!

나는 학교교육 예찬론자다. 그러니까 학교교육을 어떻게 즐겨야 잘 즐기는 거냐고? 어떻게 즐기긴, 도랑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는 거지. 학원 끊고 돈 굳히고, 시간 남기고 사랑 챙기는 거지. 이걸 진짜로 실현시키려면 해야만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아침에 아이를 보내며 ‘선생님과 친구들을 행복하게 하렴! 너는 자동적으로 행복할 걸’

사람이란 모름지기 진화해야 한다. 40년 전 어머니가 아이를 훈육하며 때리는 것으로 오락했으면 우리는 그렇게 행복을 오락하자. 아, 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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