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칼럼-골방투어의 기묘한 효과
스피치 칼럼-골방투어의 기묘한 효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07 18:2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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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골방투어의 기묘한 효과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시작과 함께 경남 진주 최효정스피치컨설팅은 분주하다. 각 분야의 면접을 준비하는 지원자들과 스피치능력향상을 위해 많은 학습자들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도 여러분(잠재적 면접지원자 포함)의 합격과 스피치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칼럼을 연재하려 한다.

무술년에는 무리없이 술술 말하길 바란다.


골방(房): 큰방의 뒤쪽에 딸린 작은 방
골방지기: 방구석에 쳐박혀 꼼짝 아니하는 사람

나는 깊이 생각할 문제가 있거나 고민 해결이 필요할 때, 자주 ‘골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본래 내 습관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고민이 많은 나를 위해 스스로 내린 특단의 조치라고 해 두자.

당시 나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해야 할 일도 만만치 않아서 단단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되려 몸에 안 좋은 음식들이 입맛에 당긴다고 하는데 생각도 그랬다. 머릿속은 도무지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점점 더 부정적인 생각을 끌고 들어왔다.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쌓였을 때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도 나가 보았다. 사람들을 만나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도 해 보고, 즐거워질 수 있을 것 같은 취미생활도 이어갔지만 그런다고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타인이 나를 위로해 줄 수는 있지만 대신 내 무게를 짊어질 순 없다는 걸…또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당장 즐거울 것으로 잠깐 머리를 식힐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정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역시 나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묘안을 낸 게 ‘골방투어’였다. 말 그대로 골방에 찾아들어가는 것이다. 최대한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방이어야 했고 구석진 방이어야 했다. 누군가에게 방해 받지 않을 정도로 혼자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방, ‘골방’의 조건은 까다로웠으며, 어찌됐든 곧 나는 ‘골방투어’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어땠냐고?
‘골방투어’는 맞는데, ‘골로 가는 투어’가 될 뻔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민 해결은커녕 좀이 쑤셔 죽는 줄 알았고, 방향감각을 잃었는지 귀신에 씌였는지, 집까지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올 길을 무려 세 시간이나 뺑뺑 돌고 그것도 모자라 역주행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야말로 진짜 골로 갈 뻔 했다. 준비는 또 얼마나 열심히 했다고. 혹시 몰라 담요와 도톰한 점퍼도 준비하고,(나는 이 세상에서 추위가 젤 싫은 사람이니까) 혹시 몰라 이틀 치 양식도 골고루 준비했다.(나는 배고프면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니까) 그것뿐인가 혹시 몰라 여분의 책들도 준비했으며, (당시에는 활자중독이 아닌가 싶을 만큼 책에 빠져있었다) 마지막으로 혹시 몰라 마스크 팩과 각종 스킨케어 화장품들까지 챙겼다. (피부가 상하는 것만큼 슬픈 일은 또 없으니까)

뭐…그리 많이 챙긴 것 같진 않았는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어디, 멀리 해외 출장 가시나 봐요”라고 해서 좀 당황했던 기억, 아무튼 나의 첫 번째 ‘골방투어’는 이상하고 요상하게 시간이 흘렀으며 딱히 고민해결은 되지 않았지만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되기는 했다.

중요한 건, 나의 이 ‘골방투어’에 영감을 받은 수강생들이 나처럼(?) 골방투어에 나섰고, 나와 달리(?) 이들은 광명을 찾았다. 골방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하나같이 생각이 정리되었다며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어떤 이는 십 년 묵은 고민이 다 없어졌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내가 일러 준 골방투어 덕분에(?) 머리가 싹 비워지고 기분도 상쾌해졌다면서 좀처럼 볼 수 없던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기묘한 일이다.

***뒤 늦게 수강생들에게 알아낸 골방투어 비법 정리


1. 최소한의 물건, 간소하게 떠난다.
2. 가지고 있는 생각을 쭉 적어본다.
3. 그 중에 버릴 생각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4. 해야 할 생각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5. 해야 할 생각 중 더 중요한 생각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한다.
6. 그거 하나만 생각해 본다.
7. 생각이 안 날 땐 먹거나 그냥 잔다.
8. 아까 하다 만 생각을 이어서 해 본다.
9. 생각이 나면 적는다.
10. 적은 생각은 밀쳐놓고 그 다음 생각을 한다.
11. 방을 나갈 때 까지 다 하지 못한 생각은 그냥 다음에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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