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라스베이거스 [Las Vegas,라스베가스] 영화같은 도시, 아직도 꿈꾸다
칼럼-라스베이거스 [Las Vegas,라스베가스] 영화같은 도시, 아직도 꿈꾸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15 18:4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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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곤/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주임교수·경영학 박사

라스베이거스 [Las Vegas,라스베가스] 영화같은 도시, 아직도 꿈꾸다


<오션스일레븐>, <레인맨>,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배경이 되는 장소가 ‘라스베가스’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았을 그 곳. 화려한 네온사인과 반짝이는 불빛들 사이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 중심에 서있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2016년 7월, 국제학술대회에서 우수학술논문상 시상식이 있어 라스베가스를 방문하게 되었다. 어둡고 황량한 사막을 지나 도착한 그 곳은 언제 사막을 지나왔냐는 듯 모든 것이 활기찼다. 마치 선과 악,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과 같은 인간의 양면성처럼 자연의 양면성을 보는 듯했다. 밤새 조명이 꺼지지 않는 유흥과 도박의 도시이자, 맛집과 뷔페가 즐비한 도시. 카지노와 함께 화려한 쇼,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까지 여행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미국의 대표 관광지. 그랜드캐니언이 인접해있어 유흥뿐만 아니라 웅장한 자연경관까지 자랑한다.

다음날 아침 시내구경을 위해 호텔을 나와보니 체감온도가 50도를 육박하여 외출은 도저히불가능하였다. 한마디로 한증막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런 척박한 기후에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도시를 만들었다니 정말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이곳은 이혼수속이 간단한 것으로도 유명하여 이혼을 목적으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일명 이혼도시라고도 불린다.

라스베가스 여행을 떠올리면 가장 인상 깊은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라스베가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O쇼’이다. ‘O’는 불어로 물(Eau)이라는 뜻으로 'O'라고 발음이 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그 이름에서처럼 물로 채워진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퍼포먼스와 음악이 인상적인 ‘물 쇼’이다. 최소 1-2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좋은 좌석을 차지할 수 있다지만, 오히려 우리는 남들이 기피하는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서 배우들의 몸짓에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그 쇼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가졌다. 대사 한마디 없는 공연이었지만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과 신기한 무대장치, 변화무쌍한 배우들의 연기로 공연시간 내내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내 인생 최고의 쇼였다. 그래서 모든 상업적인 공연의 최고점을 라스베가스로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것이다. 둘째, ‘와인타워’이다.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호텔에 위치한 ‘오레올(Aureole)’이라는 레스토랑의 입구에 세워진 와인타워는 투명한 유리벽으로 세워진 4층 높이의 와인셀러(wine cellar)이다. 수천여종의 와인이 보관된 이 타워엔 특별함이 있다. '와인앤젤(wine angel)'로 불리는 레스토랑의 직원이 와이어에 매달린 의자를 타고 와인타워를 오르내리며 손님에게 주문받은 와인을 꺼내오는 것이다. <미션임파서블>이라는 영화에서 톰크루즈가 천장에서 내려오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건축가의 발상처럼 마치 한 명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와인앤젤의 퍼포먼스는 O쇼에 이은 또 하나의 특별한 공연으로 기억된다. 셋째, 세계의 축소판과도 같은 다양한 호텔들이다. 자유의 여신상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져 있던 뉴욕 호텔, 에펠탑과 개선문을 보며 잠시 흥분했던 파리스호텔, 물의 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호텔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수로가 인상 깊었던 베네치아호텔 등 라스베가스의 한 가운데서 미국과 유럽을 아울러 전 세계를 경험한 느낌은 나를 포함한 관광객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처음 라스베가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방송에서 보았던 웅장하고 화려한 호텔의 모습과는 달리 실제 호텔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호텔마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특색있는 분위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니콜라스케이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잃고 찾은 곳이 라스베가스였다면, 나에겐 특별한 추억과 일상의 활기, 그리고 삶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었던 곳이 바로 라스베가스이다. 모두가 꿈꾸지만 모두의 꿈이 되지 않는 도시, 자신의 마음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는 도시,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난 듯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니콜라스케이지가 걸었던 그 길, 라스베가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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