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기울어진 운동장
아침을 열며-기울어진 운동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16 18:2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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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기울어진 운동장


중국의 쑨원은 이렇게 말했다. “혁명사업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부터 시작하면 좋은가. 그것은 먼저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좋지 않은 사상과 습관, 성질, 야만성, 죄악성 그리고 모든 불인 불의한 성질을 죄다 없애야 합니다” 혁명사업이라면 사회적인 일인데 결국 시작은 각 개인에서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이다. 그렇다면 개인적인 일은 이견이 필요없이 너무도 철저히 그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서 그 일의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을 찾아서는 당연히 실패한다.

누구나 실패는 싫다. 실패는 불행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성공은 누구나 좋아한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다. 우리 각자가 원하는 일을 성공시키기는 그 각자의 삶의 동기이자 목표다. 그리고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지 말이다. 그런데 그냥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없다. 마음먹은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 풀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만약 그 필요한 조건이 다 갖춰졌는데도 위의 쑨원의 말이 작동되지 않으면 완벽하게 성공할 수 없다. 나는 씽크대 눈높이에 그 말이 적힌 쪽지를 붙여놓고 설겆이 할 때마다 읽는다.

매일 매순간이다시피 그 말을 암송하면서 생활한지가 어언 십년이 넘었다. 내가 너무 미련해서 그러지 않으면 자꾸 삐딱선을 타서는 멋대로 살아서 실패를 하는 탓이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했으니 누군가 나에게 얼마나 자신을 성공에 맞는 인간형으로 바꿔냈느냐고 물으면 유쾌하게 웃을 수는 있게 되었다. 사실 그 동안에는 내 생활이라는 게 딱 ‘밑빠진 독’이었다. 얼마나 지난했겠는가. 그 지난한 가운데서 쑨원의 저 말들을 하나하나 나에게 적용했더니 무엇 하나 안 걸리는 게 없었다. 젠딴엔 올바르다는 독선에 빠져서 많은 죄를 쌓았던 것이다.

우선 내 자식에서 얼마나 폭력적이고 야만적이었던지. 남편이 내게 쌍소리라도 한번 하면 언어폭력이 어쩌구 이혼이 어쩌구 그야말로 쌩난리가 나면서 아이를 때릴 때는 얼마나 모질게 때렸던가. 아이가 그런 순간마다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이웃이나 친정이나 시댁 가족에게 얼마나 독선적이었던지. 끝없이 제단하고 배제하고 무시하고 무례하고. 이제 그러지 않는다. 그러니 참 좋다. 부자도 됐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길을 가다 아이를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걸 보게 되면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호통을 치거나 나무라진 더더욱 않는다. “애기 엄마, 애기가 겁먹고 있어서 그러네. 애기한테 조금 시간을 주어봐. 깊은숨을 세번만 응?” 그리고 울며 난리를 치는 애기한테 “자자, 울지말고 천천히 그렇지 아주 천천히 말해봐, 응?” 그랬더니 이번엔 내가 말을 하며 울먹이고 있었다. 둘 다 너무 가여워서…내 우는 꼴을 보이기 싫어 두 사람 다 어깨를 투덕거려주곤 돌아서 오는데 둘 다 조용해졌다. 신이 나서 한 시도 쉬지 않고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차별이 없는 나 자신과 우리동네와 우리나라와 온 세상이 되길 바라며 행동하기가 바로 내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부모 어른이라는 미명 아래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윽박질러서는 안 되겠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들의 생명을 모욕해서는 안 되겠고 내가 마음으로라도 도울 일이 있는지 살펴야겠다. 다문화 가족들이나 성소수자들과 인연이 닿으면 무의식 중에라도 차별적 언행을 하지 않도록 내 습관에 주의하고 힘을 보탤 일이 있으면 함께 해야겠다. 차별은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그것은 유리한 쪽이나 불리한 쪽이나 길게 보아 좋을 게 없다. 함께 잘 살아야 그게 진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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