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47-우리 동네 어느 형제 이야기
도민칼럼-지리산향기47-우리 동네 어느 형제 이야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22 18: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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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우리 동네 어느 형제 이야기


한날한시에 나온 형제가 우리 동네에 살고 있다. 한날한시에 나왔으니 얼마나 사이가 좋을까 싶은데 아버지, 어머니가 강 건너 포악한 집에 쌀을 좀 꾸었다가 억지 노비로 살아서인지 아이들이 서로 먹을 것을 가지고 종종 다투었다. 그러다가 각기 서로 다른 친구와 어울리더니 더 사이가 틀어졌다. 부모가 애를 써서 땅을 보전하여 돌아가시면서 사이좋게 살라고 땅을 나누지 않고 물려주었는데 큰아들은 성격이 불같은데다 고집이 세고 작은아들은 머리는 영민하나 남의 말을 잘 들어서 큰아들은 작은아들을 무시하고 작은아들은 큰아들이 위험한 사람이라고 늘 말했다.

부모가 돌아가시자마자 땅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큰 싸움이 벌어져 형제간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누구 말리는 사람도 없이 도리어 옆에서 땅 욕심을 내는 이들이 껴서 싸움이 더 커졌다. 둘 다 장가가서 어린 애들이 있었는데 조카까지 두들겨 패서 애들이 죽어나갔다. 세상천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둘 다 감옥에 보냈어야 했는데 땅 욕심내는 이들이 손을 썼는지 그 일은 조용히 무마되고 형제는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말이 형제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대문을 따로 내고 멀리 돌아다니고는 했다.
형제간에 사이가 안 좋으니 동네에 말이 많았다. 언제 저이들이 서로 싸워 동네에 큰 불을 낼 거라고 걱정들을 했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하지만 형제간이다 보니 누가 중간에 끼기도 힘들고 더 웃긴 것은 그 형제들이 살고 있는 땅이 금싸라기여서 주위에서 무척 탐을 내는지라 큰아들 옆집은 본래 자기네 땅을 네 아버지가 점유해서 쓰는 거라 하고 작은아들이랑 친한 부잣집은 큰아들이랑 대적하려면 집안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사놔야 한다고 자꾸 총을 사두라고 부추겼다. 세상에 가져서는 안 되는 무기를 종용하니 집안에서도 말이 많았다. 그런 낌새를 알아챈 큰아들은 제 스스로 철을 녹여서 무시무시한 무기를 만들어놨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실제 만든 모양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집을 보면 고개를 흔들었다.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 집안이 없었다. 그러다가 작은아들 집에 외국에서 손님이 오기로 해서 큰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동네사람들이 그 잔치에 갔다가 괜히 큰아들 집에서 난리치면 어떡하느냐며 꺼려하던 참에 작은아들 집 자식 중 이성적인 아이가 있어 이제 그만 성을 내고 우리 집안 좋은 일이니 서로 화해를 하자고 큰집에 청했단다. 다행히 큰집에도 그 말을 알아듣는 조카가 있어서 말이 잘 되어 가는데 둘째 애하고 막내딸이 외국에서 온다는 손님들한테 우리 집 오지 마시라고 편지를 보내고 떠들었다니! 게다가 자기네 부모님을 종 부리듯이 하고 포악을 떤 강 건너 집의 못된 애하고 같은 소리를 한단다. 아무리 형제간에 미워도 저럴 수가 있나 싶어 동네에서들 비웃고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게 참 남의 집안 이야기면 욕이나 하고 안 어울리면 그만인데 우리나라 이야기이니 기가 막히다. 서로 상처를 내었던 지난 시간은 말 그대로 지난 시간이다. 일본과의 과거사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하여 잊고 가자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끼리의 문제는 왜 자꾸 외부의 입김으로만 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대한민국 사람 중에 북한이 핵폭탄을 우리를 향해 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냐면 딱 붙어있는 우리에게 날리면 본인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작년 광복절 즈음에 북한이 일본열도를 지나쳐 미사일을 발사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우리 종편들이 그 일을 가지고 같이 난리를 치다가 북한에서 우리 민족의 울분을 표하기 위하여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하니 모든 방송이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았다. 미사일 시험 발사가 옳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당한 오랜 시간의 역사가 같기 때문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었지만 우리의 의지로 이뤄졌다기보다 권력을 가지고 싶은 이들의 정략적인 판단으로 이뤄진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이다. 지구 인구 74억 중에 한국말을 쓰는 인구가 1억도 안되는데 그것도 옆에 딱 붙어서 죽으나 사나 같은 공동운명체인 남북한에 정략적인 판단으로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고 위기를 북돋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보수가 아니라 불안조정자들일뿐이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가 어디 있는가? 안보는 평화, 경제는 부흥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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