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모든 것은 덕이 부족한 내 탓이다
칼럼-모든 것은 덕이 부족한 내 탓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23 19:0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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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모든 것은 덕이 부족한 내 탓이다


내가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일의 삶이 결정된다. 오늘을 적극적으로 즐겁게 일하면 활력과 성취감이 넘치는 하루하루가 되지만, 소극적으로 짜증내며 일하면 좌절과 피로감만 쌓여 허무한 내일이 기다리게 된다. 무슨 일이든 남의 탓 하지 말고 내 탓으로 돌리면서 살아가자. 그러면 심신이 평안해져서 소신껏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남에게 칭찬을 들으면 금세기분이 좋아지고, 비난을 들으면 금세기분이 나빠지는 유약한 사람은 되지 말자. 우리는 꾸준한 독서로 인문적 소양과 마음 수양을 높여나가야 한다.

우리의 의식이 높아지면, 대중매체에서도 연예인들의 사생활 파헤치기나 다른 이슈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거나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여 전달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 대중매체들도 외적요인에 흔들림 없이 저울처럼 중심을 잘 잡고 진실과 선량한 보도로서 언론 본연의 길을 갈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언론사는 사세가 약하더라도 중심을 잘 잡는 언론사다. 한때 군부독재정권에서는 언론을 장악하여 미운털 박힌 특정인이나 단체를 낙인찍어 부정적 이미지는 부각시키고, 긍정적 이미지는 바닥까지 끌어내려, 부하뇌동 하는 동조자들을 결속시키고, 그들을 탄압하는데 적극 활용하기도 하였다.

특히 남북문제, 인권문제, 노동자 권리주장을 하면 사정없이 ‘종북’의 낙인을 찍어, 빨갱이로 몰아버리기도 하였다. 선동하는 것은 몇 마디 말과 몇 줄의 글로도 가능하지만 당한 쪽에서 그것을 해명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많은 양의 증거자료를 들이대고 해명야만 한다.

그러나 아무리 해명해보았자, 한번 실추된 이미지를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의 입장과 상대의 마음도 살펴주며 살아가자. 제주도에 ‘약천사’라는 절이 있다.

초기불사 당시 혜인 주지스님께서는 설법하시러 육지로 나가시고 부재중인 기간에 인법당으로 쓰고 있던 초가집이 화재로 소실되어버렸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부족한 방 두개와, 관음단이 잿더미로 변하였다. 주지스님도 안 계신 동안에 사찰에 불이 나버렸으니 절에서 일하는 신도들은 스님이 오실 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마음을 조이며 긴장하고 있었다.

주지스님의 도착시간이 알려지자, 불안하고 초조한 긴장감 때문에 일부신도 중에는 졸도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차마 울 수도 없고, 울음을 참을 수도 없는 애타는 가슴으로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가운데 스님께서 도착하셨다. 잠시 후 주지스님께서 모든 대중들은 주지 실로 모이시라는 지시를 내렸다. 신도들은 하나같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 주지스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대중들에게 봉투 하나씩을 나누어주시고 나서 “절에 우환이 생긴 것은 주지의 덕이 부족해서이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덕이 부족한 저와 함께 머무시면서 힘든 일을 겪으셨으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스님이 여러분들께 참회하는 마음으로 보시하니 꼭 받아 주십시오”하시자, 그동안 겁에 잔뜩 질려 있던 신도들이 엉엉 울기 시작하며, “저희들의 잘못입니다. 이 봉투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여러분! 꼭 받아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저의 참회가 온전해집니다” 하시며, 신도들에게 끝까지 봉투를 받게 하셨다. 책임추궁 보다는 그동안 마음 고생한 신도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하신 것이다. 어떤 일이라도 서로 남을 탓하면 더 큰 사건으로 확대되지만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이 쌓이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사회 곳곳에 올바른 진리관, 인생관, 도덕관이 형성되어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 길은 꾸준한 독서로서 인문적 소양을 높여주어 넓은 지혜와 평안을 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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