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바가지 요금
택시 바가지 요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2.2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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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국제대학교 관광계열 교수
우리나라의 국력이 신장된 이유도 있겠으나, 최근 한국 드라마와 k-pop의 해외 진출 영향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1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관광대국으로서의 우리 이미지를 점검해보았으면 한다.

외국인만 우리나라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들도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가 외국으로 여행 갔을 때 좋은 이미지를 가졌던 상황들을 되짚어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무엇을 제공해야할 것인가의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TV 뉴스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만인 바가지요금을 대처하는 방안을 문화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였다. 말이 통하지 않고 실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실제보다 비싼 금액을 씌우면 느낌으로라도 상대방이 파악하기 때문에 기분 나쁜 이미지를 전하게 된다.

바가지요금이 많이 발생되는 영역은 택시와 정찰표가 없는 전통시장 그리고 포장마차 등이다. 짧은 시간동안 머무를 경우 택시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리하지만 가격흥정을 할 만큼 실정을 잘 알지 못하므로 기사가 요구하는 금액을 수용하게 된다. 미터기가 있지만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외국인이 아니라도 이런 경우는 빈번하다. 나의 경우 늦은 밤에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여 40분 거리인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10만 원 가까이 부르는 금액을 흥정하여 8만 원을 지불한 적이 있다.

외국에 나가 택시를 탔던 경험을 비교해보자. 싱가포르는 지금까지 6번 정도 방문해보았는데 대중교통과 비교하면 택시요금이 저렴한 편이다. 더욱이 국토 면적이 넓지 않아 택시를 타면 지하철보다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는 요금이 평소 시간대보다 조금 올라가게 되는데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그런 항목을 설명해준다. 한번은 택시기사가 실수로 목적지를 지나쳐서 조금 돌아가게 되었는데 요금 정산할 때 사과하면서 요금을 깎아주었다. 또한 우리 학생 중 하나가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렸는데, 나중에 호텔에서 그 지갑을 찾았다. 지갑 안에 두었던 호텔명함을 보고 기사가 일부러 가져다 준 것이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외교관만 해외에서 큰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나라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행동하는 그 나라 국민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 나라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도 3번을 방문했었는데, 택시 요금의 차이로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을 인솔하여 공항에 내려 호텔까지 두 대의 택시로 나누어 이동하였다. 홍콩에서는 짐의 개수까지 택시요금에서 계산한다는 것을 책에서 보았기 때문에 요금이 얼마나 될지 조마조마했다. 잠시 후 호텔에 도착하여 계산한 택시요금의 차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의 시간차이를 두고 따로 도착한 후 호텔 로비에 앉아 비교해보니 거의 곱절의 차이를 보였다. 한마디로 바가지를 쓴 것이었다. 그 후부터는 무거운 짐을 들고 여러 번 갈아타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

하지만 매우 합리적인 택시요금을 산정하는 곳도 있었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였는데 공항에 내려 줄지어 있는 택시를 타려고 하니 ‘티켓’을 끊어 오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를 타려면 공항 내 정산소에서 택시비를 미리 계산하도록 되어 있었다. 목적지대로 정해진 금액이 있어 계산하면 ‘티켓’을 주는데 승객은 택시비 때문에 신경 쓸 일도 없이 목적지까지 가니 정말 편리했다. 마치 지하철 요금이 구간별로 되어있는 것과 유사했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구간별 혹은 지역별로 실시하면 바가지요금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부는 공정하고 품격 있는 관광서비스를 위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바가지요금과 같은 관광행태에 대처하겠다고 강조하였다. 이제는 관광 산업의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발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다시 찾는 관광한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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