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2018년 사자성어 ‘유지경성(有志竟成)’
세상사는 이야기-2018년 사자성어 ‘유지경성(有志竟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28 18:31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2018년 사자성어 ‘유지경성(有志竟成)’


매서운 동장군이 연일 기세를 떨치고 있다. 거창읍 도심을 가로지르는 위천천이 두꺼운 얼음덩어리로 변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츠려 든다.

집 앞에 있는 목련도 봄 맞을 준비를 하다가 깜짝 놀랐나 보다. 붓 모양 꽃눈에 붙은 가녀린 갈색 솜털이 꽁꽁 얼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찬바람에 맞서며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따뜻한 백합 향기가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창가에 있는 꽃병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올해 첫날 어머님이 돌아가신 슬픔에다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마음을 다잡느라 새해가 밝은 줄 몰랐다.

또 지난주에는 새로 들어온 팀원과 호흡을 맞추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아직까지 새해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을 위해 신문스크랩과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강의를 하면서 자주 인용했던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고사성어가 눈에 들어왔다.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는 뜻이다.

이 고사는 《후한서(後漢書)》의 〈경엄전〉에 실려 있다.
중국 후한(後漢)의 광무제와 부하 장수 경엄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경엄은 광무제에게 북상해서 상곡(上谷)의 병력을 모아 어양(漁陽)의 팽총(彭寵)을 멸하고, 다음으로는 탁군(涿郡)의 장풍(長豐)을 멸하고, 군사를 돌려서 부평(富平)과 획색(獲索)의 농민군을 진압한 후에 동쪽으로 장보(張步)를 공격하여 제(齊)나라 땅을 평정하는 이른바 ‘남양전략(南陽戰略)’의 원대한 계획을 건의했다.

광무제는 건의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경엄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추진했다. 마지막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자신도 다리에 화살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구원병이 달려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병사들을 독려하여 결국 장보를 공격하여 임치를 함락시켰다. 광무제가 군신들이 모인자리에서 “장군이 남양에서 건의한 큰 계책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뜻을 가진 사람이 일을 성공키는 구려”라고 했다.

12년 전 서울에서 로저 페러더와 나달 선수가 경기를 펼쳤을 때 볼보이로 나섰던 사람이 화제다.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이자 아시아 남자 선수로서 86년 만에 호주 오픈 4강에 오른 정현 선수다. 체력과 체격에서의 한계를 피나는 훈련과 의지로 극복한 그의 발이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불굴의 의지로 승리한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뜻을 세우고 역경과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실행하여 결과물을 낸 영웅이다.

필자의 올해 목표는 책 한권 출간이다. 일상에서 독서와 관찰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 내는 일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 정조 때, 고령의 재상 채제공이 관악산을 오르는데 어떤 사람이 위험을 이유로 만류했다. 그러자 “마음은 장수요 몸은 졸개니 마음이 가는데 어찌 몸이 따르지 않겠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산에 올랐다고 한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되어간다. 거창한 계획이 작심삼일(作心三)로 끝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당신은 마음의 장수인가, 졸개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