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못나 보인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말라
칼럼-못나 보인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말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1.31 18: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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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못나 보인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말라


당나라 때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 둘은 국청사에서 풍간선사라는 도인과 함께 살았다. 한산은 국청사 인근의 한암이라는 토굴에 기거하면서 허름한 복장에 뾰족 모자를 쓰고 커다란 나막신을 끌고 다녔다. 배가 고프면 국청사에 가서 습득이 모아둔 음식 찌꺼기들로 배를 채우고는 하늘을 처다 보고, 고함을 지르고 욕도 하며 손뼉을 치면서 깔깔대고 큰 소리로 웃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그런 한산을 미친놈이라며 수군댔다.

‘습득’이란 이름은 풍간스님께서 길에서 주어온 사내아이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습득이가 성장하여 법당 청소담당을 하던 어느 날, 주지스님이 법당 앞을 지나가는데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서, 살며시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습득이 부처님 턱밑에 앉아 숟가락에다 마지(부처님께 올린 밥)를 떠서 부처님 입에다 대고는 “부처님 밥 잡수세요. 안 잡수셔? 그럼, 내가 먹지”하며, 계속 자기가 먹고 있었다. 스님은 요놈의 자식하며 즉각 부엌설거지만 맡도록 조치하였다. 습득은 설거지를 하며 나온 음식 찌꺼기들을 대나무 통에 모아 넣고는 한산과 함께 거리를 헤매고 다니면서 먹었다. 어느 날, 스님께서 습득이에게 ‘너 이름이 무엇이며, 어디에 사느냐’ 묻자, 손깍지만 짓고 멀뚱히 서있는 게 아닌가.

그때 한산이 나타나서 창천(蒼天)아 하자, 습득이 무어라 했느냐고 물으니, 어찌 동가(東家) 사람의 죽음을 모르고 서가(西家) 사람이 슬퍼하겠나? 그리고는 두 사람은 울다가 웃다가 춤을 추면서 훨훨 떠나버렸다. 그 당시 국청사 가람신(伽藍神)의 신당이 방치되어 문짝도 떨어져 나가고 없었는데, 습득이 올린 공양을 늘 까마귀가 와서 먹고 날아 가버렸다.

화가 난 습득이 가람신을 회초리로 마구 때리며 "네 밥도 못 지킨 놈이 어떻게 가람을 지켜? 이 못난 놈아!"꾸짖었다. 그날 밤 주지스님 꿈에 가람신이 나타나 보현보살이 제 밥도 못 지킨다며 저를 마구 때려 힘이 든다며 제발 문을 달아 주든지, 공양을 다른 사람이 올리도록 교체해 달라 애원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 사찰의 모든 대중들이 똑같은 꿈을 꾸었다며 습득이 미친 사람이 아니라며, 그동안의 불법(佛法)에 맞는 언행에 무릎을 쳤다.

한번은 주지스님이 산 아래 목장을 지나갈 때 한산과 습득이 소 떼들과 놀고 있었다.

한산이 소들을 향해, “이 도반(道伴)들아, 소가된 기분이 어떤가. 전생에 공부는 안하고 놀고먹기만 하더니 결국 축생의 몸을 받았구나. 이제 법문할 차례이니, 호명 순으로 나오너라. 첫째, 동화사 경진 율사! 그러자, 검은 소가 ‘음메’하고 나와서, 앞발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댄 후 위치로 갔다. 다음, “천관사 현관법사!”부르자, 황소가 ‘음메’하고 나와 절을 하고 자리로 갔다. 운집한 100여 마리 소들 중, 30여 마리는 생전에 공부는 않고 놀면서 밥만 축낸 스님들이 소로 환생(還生)한 것이다. 이 광경을 본 스님은 ‘한산과 습득이 성인의 화신임을 크게 깨달게 되었다. 당시 여구윤 이란 지방 관리가 중병으로 백약이 무효할 때 풍간선사가 완치시켜주자, 여구윤은 크게 사례하며 간절하게 설법을 청해오자, 풍간선사는 “나 보다는 문수와 보현께 물어 보라”하였다. 여구윤이 국청사로 찾아가 한산과 습득에게 설법을 청하자, 한산은 여구윤에게, 풍간이 실없는 소리를 했다면서 풍간이 아미타부처님인데 어찌 우리를 찾아 왔느냐며 한암굴로 들어 가버렸다. 그러자 돌문이 굉음을 내며 쾅하고 굳게 닫혀버렸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을 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풍간은 아미타불, 한산은 문수보살, 습득은 보현보살의 나투신 몸이었다.

부족하고 못난 거지라도 그 사람이 부처일수 있으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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