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교육 Ⅱ
희망의 교육 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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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우리 아이들 가운데 봄에 피는 꽃과 여름에 피는 꽃, 그리고 가을에 피는 꽃의 이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하늘과 여름의 뭉게구름하늘, 가을의 눈 시린 하늘 그리고 겨울의 음울한 하늘을 헤아려 본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가.

교육은 기본적으로 하늘과 땅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변화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교육의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교육은 봄의 아름다움을 빼앗아 갔고 여름의 열정과 빛남을 잊게 만들었고 가을의 풍요와 부요함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였고 겨울의 안식과 기다림을 상실했다. 그러나 그러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자연과 농촌 속에서 건재하는 학교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자신이 먹는 것이 곧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옛날부터 우리는 자기 마을에서 자기 손으로 기른 벼와 밀과 채소와 먹거리를 통해 건강한 인간이 되는 법을 알아왔다. 자기의 똥오줌이 퇴비가 되고 그 퇴비가 작물의 먹거리가 되고 또 그 작물이 사람의 생존을 이어주는 순환적 삶을 생활 속에서 알아왔다. 그 어떤 것 하나 버릴 것 없었고 그 어떤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 없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먹는 것은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태국 등 온갖 나라에서 단지 값싼 경제논리로 키워진 농산물로 우리의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오뉴월이 되면 이 땅 어느 한 구석에서는 모내기를 하고 칠팔월 잡초를 매고 시월이 되면 추수하는 학생과 교사가 있다. 배추 심어 벌레 잡으며 한 겨울 김장담그는 학생들이 있다.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먹을 것을 길러야 된다고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학교가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도 있고 공부 못 하는 아이도 있다. 건강한 아이도 있고 장애가 있는 아이도 있다. 부잣집 아이도 있고 가난한 집 아이도 있다. 그 속에 왕따를 시키는 아이도 있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있다. 온갖 사고와 사건이 여전히 예상되는 불안한 학교이지만 그 불안 속에 끊임없이 대화하고 회의하고 상담하면서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하는 결심이 설 때까지 교사들의 열정이 멈추지 않는 학교가 있다. 아이들 스스로 “나는 성장했어요”, “나는 변화 되었어요”라고 자랑스럽지만 겸손히 고백하는 아이가 있는 학교, 이런 학교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가.설립자도, 이사장도, 교장도 아니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아니다. 더군다나 교육부도 아니다. “학교의 주인은 학교의 철학이어야 된다”고 굳게 믿는 학교가 있다.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에 휘둘리지 않고, 설립자와 이사장의 야욕에 휘둘리지 않고 교장, 교사의 명예에 휘둘리지 않고 학부모의 자식 출세시켜야 한다는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학생의 미숙함과 좌절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자립하는 인간, 인류를 섬기는 인간, 자기를 완성하는 인간이라는 교육의 목적에 충실하고자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그 학교철학을 고수하고자 씨름하는 학교가 있다. 정신이 사라지면 모든 게 사라진다고, 사상의 힘이 알게 모르게 학생과 학부모와 세상 속에 번져나가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우리는 사람답게 살아가기 시작한다’는 기쁨을 공유하는 학교가 있다. 이런 학교가 있다는 게 우리의 희망 아닌가.

글로벌리더(Global leader)가 되자고 영어 배우고, 언어연수를 한다손 치고 외국에 다들 나가는 세속에 진정한 글로벌리더는 다름 아닌 지금 여기서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 외국에 학습을 나갈 때마다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마을을 잊지 않고 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들의 고통을 듣는 아이들이 있다. 아시아의 빈곤을 어떻게 해결할까 밤낮 토의하며 진정한 발전이란 무엇인가 논문도 써 내는 학교가 있다. 이런 학교가 있다는 게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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