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0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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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주부
내가 일요일 저녁 빼놓지 않고 꼭 보는 TV 프로가 ‘남자의 자격’이다. 남자가 되는데 무슨 자격이 필요할까. 처음 방송이 되었을 때 거창한 제목 탓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용은 살아가면서 한번쯤 해보면 좋은 일, 해보고 싶었던 일, 해봐야 하는 일들을 작지만 아주 잔잔하게 보여준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뭐 그리 거창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난 여기에 출연하는 일곱 남자들이 몹시 부럽다.

아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았던 연예인 팬클럽에 가입해서 그들처럼 열광해보고, 생전 처음 내 여자를 위해 그녀가 좋아할만한 선물을 고르고 전해주면서 부부이면서도 너무나 멋쩍어하는 중년의 아저씨에게서 내 남편의 속마음을 보기도 했다. 배워두면 살아가면서 유용하겠다 싶은 자격증 도전기도 신선했다. 남자인 윤형빈이 뜨개질 자격증을 땄고 도배사 자격증도 따고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도 땄다. 이윤석은 도배를 할 줄 알면 살아가면서 쓸 일이 많을 것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 시골집을 빌려 1년간 귀농한 이야기가 방영될 땐 손수 도배를 했고 세상 모든 것을 다 배워보고 싶어 했던 김성민은 포클레인으로 마당과 밭을 정리하기도 했다.

평균연령 40세가 넘는 이들이 배낭을 메고 호주의 오지로 떠나 오프로드를 지겹도록 달리는 것을 보고 많은 이들이 오프로드를 달리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무서워 건강검진을 해 보지 않는다는 김태원을 설득해 건강검진을 받게 해 암을 조기 발견하여 적기에 치료를 하였고 국민 모두에게 건강검진의 필요성과 암이란 질병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다. 또한 중년도 사춘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이경규는 본인이 공황장애로 치료받는다는 사실도 밝혀 많은 이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경춘가도를 달리는 그들을 보며 나도 달려보고 싶었고 묵직한 구두를 신고 탭댄스도 해보고 싶다. 귀농일기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귀농을 꿈꾸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진짜 부러운 것은 우리는 마음만 있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서툰데 출연진들은 방송이다 보니 싫던 좋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탭댄스가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단한 연습이 더해져서 음악에 맞추어 춤이 가능하고 방송으로 보여지진 않았지만 창피함을 무릅쓰고 어린 아이들 틈에 끼여 태권도를 배우고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시간에도 식스 팩을 만드느라 된장국 한 그릇도 못 먹고 풀만 먹으면서 운동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올해도 벌써 2달이 지나갔다. 올 한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목록부터 만들어봐야겠다. 목록을 만들어 크게 써 붙여놓고 하나하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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