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입춘(立春)과 ‘괄목상대(刮目相對)’
세상사는 이야기-입춘(立春)과 ‘괄목상대(刮目相對)’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04 18:10
  • 14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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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입춘(立春)과 ‘괄목상대(刮目相對)’


젊은 선비가 나귀를 타고 봄 길을 가고 있다.

파릇하게 움튼 풀들은 싱그럽고 버들가지 새순은 보드랍다. 

선비는 버들가지 위 꾀꼬리 소리에 고삐를 잡아 당겨 길을 멈춘다. 고개를 돌려 잠시 맑은 봄의 소리를 본다. 동자도 선비를 따라 꾀꼬리를 본다.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마상청앵도(馬上廳鶯圖)’의 봄 풍경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을 하루 앞둔 토요일 아침, 두터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찬바람에 흔들리는 목련 나뭇가지가 몸을 더욱 움츠려들게 했다. 지구 온난화 영향 등으로 북극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가 한반도를 휘감고 있어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추운 입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다보니 ‘입춘대길(立春大吉)’이 아니라 ‘입춘대한(立春大寒)’이라는 말이 나왔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사무실에서 글과 씨름을 했다. 마음먹은 대로 글이 써지지 않아 찬바람을 뚫고 대구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달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땀을 흘리며 걷거나 서점에 가서 몇 권의 책을 구입하는 습관이 있다. 기분 전환도 되고, 새로운 문장에서 행간을 음미하는 특별한 맛이 있다.

그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없는 일종의 책 중독이다. 두 시간 삼심여분 동안 신간과 스테디셀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주석의 ‘한국의美 특강’,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조민기의 ‘세계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인들’ 이렇게 세권의 책을 구입했다.

부모가 물려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유산은 ‘독서습관’이다.

필자는 초등학생 두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서점과 도서관을 자주 데리고 다녔다. 그때마다 잊어버리지 않고 해준 이야기가 있다.

《삼국지》 여몽전에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눈을 비벼 다시 보고 상대를 대한다는 의미로, 상대의 학식이나 재주가 갑자기 몰라보게 진보한 것’을 뜻하는 말이다.

삼국이 격렬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던 무렵 오나라 손권에게 여몽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무식한 사람이었으나 전쟁터에서 공을 많이 세워 마침내 장군이 되었다. 어느 날 손권이 그에게 공부를 할 것을 충고했다. 얼마 후 손권의 부하 중 가장 학식이 뛰어난 노숙이 여몽을 찾아갔다.

노숙은 이야기하는 사이에 여몽의 박식함에 깜짝 놀랐다. “언제 그렇게 공부했는가, 학식이 대단하니 시골에 있던 여몽이 아니로군”

그러자 여몽이 이렇게 대답했다. “선비는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대해야 할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이라네”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식’, ‘지혜’, ‘행복’, ‘가능성’을 사는 곳이다. ‘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다.)’ 하면 ‘괄목상대(刮目相對)’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적절한 균형감각을 유지하는데 독서만큼 훌륭한 수단은 없다’고 했다.

제 아무리 추운 겨울도 시간이 지나면 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독서는 힘들고 외롭고 어려울 때에도 적절한 균형 감각으로 마음의 봄을 찾아준다.

필자는 직장생활에서의 경쟁력은 독서에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훌륭한 백(back)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가까이 하면 마음에 향긋한 꽃이 핀다.

그 봄꽃의 씨앗은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 서점에 있다.

봄맞이 작은 씨앗 하나를 사서 키워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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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maca 2018-02-06 22:30:54
24절기는 불교와 관계없음. 중국.한국.베트남.몽고의 수천년 유교국에 이어지는 세시풍속.예기월령과도 밀접.중국 24절기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http://blog.daum.net/macmaca/2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