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칭찬(4)- 장학재단
얼마 전부터 대학 때 친했던 친구들을 정기적으로 다시 만나고 있다. 총5명이다. 각자 살기에 바빠 몇 십 년간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젠 다들 나이가 들어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인지 옛날이 그리워진 것이다. 이해관계가 없어 그런지 편하고 즐겁다. 60대 중반이지만 만나면 다시 대학생이다. 그래서 좋다. 그런데 이 다섯 명을 다 모으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 중 한명은 외국에 살고 있어 그렇다 쳐도 다른 두 명은 이미 현역을 은퇴했는데 이 두 친구가 오히려 더 바빠서 시간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겨우겨우 시간을 조율해 만났는데 그 중 한 친구가 미안한지 사정을 설명했다. 교장으로 은퇴한 이 친구는 최근 모 장학재단의 의뢰를 받아 장학생 후보자의 현지면접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 장학재단이 좀 특별했다. 그 재단 이사장이라는 분은 젊어서 온갖 고생 안 해본 것이 없다는데 건설업으로 큰 재산을 일구어 서울 강남에 큰 빌딩도 하나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분은 그 빌딩의 임대수입 중 거의 1억에 가까운 돈을 매년 재단에 출연해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을 후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4년간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급할 뿐 아니라 매달 생활비까지 넉넉하게 지급해 돈 걱정 없이 대학을 마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엄청난 장학금이다.
말이 그렇지 이런 일이 어디 쉽겠는가. 요즘같은 자본만능의 시대에 돈은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있는 ‘초가치’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세간의 말로 ‘피 같은 내 돈’이라는 것이 그 실상을 여실히 알려준다. 그런 ‘피 같은 내 돈’을 무려 1억씩이나, 그것도 해마다 쾌척한다는 것은 어쨌거나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장학금이니 이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도 아니다. 아무 조건 없이 공짜로 주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인성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남는다. 자칫 면접용 요령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령이 있는 자가 득세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요령이 그 혜택을 채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우려에 대해 그 친구는 장학위원이 복수라 다중의 스크린이 있는 셈이고 더욱이 합동회의를 거치면 거의 의견은 일치한다고 했다. 대화를 해보면 그 학생의 언어를 통해 거짓없는 인성이 거의 드러난다고도 했다. 그렇기만 하다면야 더할 나위 없다.
몸은 고달프지만 그렇게 장학생을 선발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 그 친구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장학재단의 그 이사장이라는 분은 아마 칭찬 따위에 관심이 없겠지만, 나는 이런 지면을 빌려 그분에게 ‘사회적 칭찬’을 보내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를 위해 봉사하는 내 친구에게도 그 칭찬의 한 조각을 나눠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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