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봄날은 온다
칼럼-봄날은 온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2.13 18: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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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한민족 역사학문화공원 공원장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한민족 역사학문화공원 공원장-봄날은 온다


평창 올림픽과 격동의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입춘이 지나고 설날이 온다. 입춘은 봄이 일어서는 것이고 설날은 새해가 서는 날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때를 맞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풍속이 있다.

대부분 지방의 강변둔치나 바닷가에서 달집을 세워 활활 불태우니 하늘에는 환한 정월 보름달이 걸리고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소망이 빛난다. 겨울 내내 하늘 높이 꿈을 키우던 정든 연도 짐짓 줄을 끊어 떠나보내고 귀 밝기 술도 먹고 호두, 잣 같은 견과류를 섭취하면서 부족했던 비타민도 섭취한다. 아침에는 일찍 일어난 사람이 더위를 팔아 가족들이 깔깔 거리면서 소통을 하고 미처 뵙지 못한 집안의 어른들에게도 늦은 세배를 올리고 조상의 산소도 찾아뵌다.

어린아이들은 즐겁게 제기차기를 하면서 다리의 고관절과 무릎, 발목의 근육을 강화시키고, 마당 한편에서는 떠들썩하게 윷놀이를 한다. 도, 개, 걸, 윷, 모는 각기 돼지, 개, 양, 소, 말을 상징하는 부족을 뜻하니 아득한 옛 날 대륙을 누비던 유목민의 전통이기도 하다. 윷놀이는 4천 년 전의 단군 이전부터 천부경(天符經)의 이치를 도형 속에 입력하여 남녀노소가 함께 하는 즐거운 놀이로 하늘의 법도를 쉽고 즐겁게 익히는 방법이었다. 민족의 이동 경로를 따라 캐나다와 북, 남미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도 윷놀이의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있다. 캘리포니아. 소노아 레이크 인디안 박물관의 윷판이 우리의 것과 같고 멕시코에서는 ‘파들리 게임’이라고 한다.

윷판은 또한 단군시대의 군진모형으로 ‘도개걸윷모’는 각기 중앙의 단군을 호위하는 다섯 부대를 상징한다. 댕기머리는 ‘단군이 돌아가신 기일에 묶은 머리 모양’이라는 뜻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열 가지 가르치심으로 단동십훈(檀童十訓)이 있으니 1대 단군 왕검 부터 마지막 47대 고열가 단군들께서 전해 주신 민족 아이들 교육이다. 우리 조상들은 인간 존엄을 바탕으로 정보의 주인이 되어 하늘을 알고 품는 창조적인 수행자가 되도록 아이들을 길러왔다. 하늘의 마음을 타고난 아이들에게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습속으로 몸에 익혀 평생의 자산이 되게 하는 밝은 교육이다. 천심 곧 하늘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고구려의 명재상이신 을파소 선생이 단군의 가르치심을 고구려 식으로 편집하여 고구려의 지도층과 백성을 가르치신 민족의 경전인 참전계경(參佺戒經) 제290조에 천심天心의 바른 뜻이 새겨져 있다.

“천심이란 배운 바는 없으나 다만 본래의 천심으로 선을 행하는 것을 말한다. 착함을 행하면 그대로 따르고, 착한 일을 일러주면 그대로 진행하며, 착한 마음을 일러주면 그대로 시행하니 비록 어진 것을 배우지는 않았으나 착하지 않은 것이라면 행하지 않으니 하늘의 복을 받을 것이다” (天心者 無所學而只有天心之向善也. 云善行從 云善事作 云善心施. 雖不蹈仁 不善不爲 可領其福)

변하지 않고 썩지 않는 영원한 하늘의 복을 받기 위하여서는 단지 태어날 때 이미 천심을 받으니 언제나 착한마음으로 일관하라고 가르치신다.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 올림픽의 개막식에 고구려의 벽화에서 나온 전통적인 복장과 인면새가 큰 울림으로 세계에 퍼지고 있다. 첨단기기인 드론을 사용하여 하늘을 수놓은 오륜기 비행은 놀라움을 선사하였다. 나아가 호족과 웅족의 이야기도 잠깐 비춰졌다. 유구한 전통과 무궁한 미래가 땅과 하늘을 아름다운 한민족의 마음으로 지구인들의 가슴에 희망을 세워주었다. 부디 국조님들의 가르치심을 이어받아 천심을 갈고 닦아 갈라진 민족의 역사로 다시 통일되어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높이 띄우길 희망한다. 올 봄에는 모처럼 찾아온 희망의 꽃씨를 잘 심어 풍성한 가을을 준비해야겠다.
그래, 새로운 봄날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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