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월대보름 행사 어때요
이런 정월대보름 행사 어때요
  • 박철기자
  • 승인 2018.03.04 18:18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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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도리촌영농조합 오행밥·전등불 달집 등 색다른 이벤트 ‘눈길’

▲ 2일 함양 도리촌 회원들이 정월대보름 행사로 소원연날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전국적으로 정월대보름 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이날 경남 함양군은 확산 일로에 있는 AI(조류독감) 청정지역 사수와 건조기 산불예방 등을 위해 군내 전 지역의 달집태우기 등 행사를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함양의 한 영농법인에서 산불 등 위험을 없애고 대보름의 의미는 잘 살리는 이벤트를 진행해 흥미를 끈다.

함양군에서 된장, 고추장 등 전통발효식품의 세계화와 대규모 생태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도리촌영농조합법인(대표 강진숙)은 전국의 회원들이 모여 정월대보름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다 함양군의 방침을 접한 뒤 행사 프로그램을 전면 수정했고, 마을 풍물패의 지신밟기 행사도 취소됐다.

2일 오후 도리촌 회원과 직원, 마을사람 등 40여명은 함양군 법화산 자락(휴천면 진관마을) 생태마을 센터에 모여 특별한 대보름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오후 5시께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센터 건물 위쪽의 대규모 장독대 보관장소를 돌며 지신밟기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건물로 들어온 이들에겐 각자의 명패가 놓인 밥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곡밥이 아니라 ‘오행밥’과 나물들이다. 도리촌 관계자가 회원들의 음양오행 체질에 맞는 오행밥을 설명했다.

식사 후 참가자들은 센터 정면 공터에 세워진 대형 달집 앞에 모였다. 달집에는 수십 개의 전등불과 ‘제생의세 도리촌’(생명과 세상을 살리는 도리촌)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 각자 소원지 꼬리가 붙은 연들이 둘러가며 달려 있었다. 참가자들은 자기 연을 찾아 ‘소원연날리기’부터 시작했다. 연이 높이 오르자 각자의 소원을 크게 외치며 연실을 잘라 날려보냈다.

이어 보름달이 떠오르자 모두들 달을 향해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달이 높이 떠오르자 이번엔 “금전 대박”, “시험 합격” 등의 소원을 외치며 달집 주위를 도는 퍼포먼스를 한 뒤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엔 몇몇 다문화 가정도 참석해 우리 전통을 매개로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정월대보름엔 오곡밥, 귀밝이술, 지신밟기, 논두렁 태우기, 쥐불놀이 등의 풍속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도리촌의 행사는 지자체의 방침에 발맞추면서 전통 풍속의 정신과 의미는 잘 살려, 차후 산불이 우려되는 시골지역 등의 대보름 행사에 시사하는 바가 커보였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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