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49-이번 주말
도민칼럼-지리산향기49-이번 주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05 18: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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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이번 주말


이번 주말 지리산에는 행복이라는 화두를 들고 오는 이들이 모여 지리산행복학교 입학식을 한다. 누군가를 가르쳐도 한참 가르칠만한 연륜과 학식을 가진 이들이 모여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선생을 모시고 올 일 년, 한 달에 한번 모여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날이다. 어른들의 대안학교, 어른들의 문화예술학교가 열리는 것이다. 벌써 십 년째 지리산에서는 제2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고픈 이들이 모여든다.

갈수록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간다고 한다.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행복이어야 하는데 앞날이 늘어나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직장에서는 일찍 퇴직을 권유하고 건강해야 하는데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의료비 부담은 더 가중되는데다 건강 염려증까지 생겨서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수천 가지지만 다 따라 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다가 아무 걱정 없이 떠날 것인가 고민하다 보니 그 해결로 ‘돈’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돈을 버는 일에 가장 힘을 많이 쏟는다. 돈을 버느라고 가족들과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돈을 버느라고 자기 자신의 건강도 돌보지 못하고 돈을 버느라고 해보고 싶은 취미도 하지 못하고 돈을 버느라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한다. 웰빙 먹거리를 사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무리해서 일하느라 아프다. 그래서 건강하려고 유기농 농산물을 사 먹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삶의 목표나 가치를 ‘행복’에 두고 과정은 행복하지 않게 보내고 있다. 어쩌면 행복을 바라는 게 아니라 ‘성공’을 바라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을 지리산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행복을 고민하기 좋으려면 가장 자연적인 곳, 가장 편안한 곳, 바쁘지 않아도 되는 곳,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지리산이 그런 곳이었다.

사람들은 “난 좀 쉬고 싶어. 나이 들면 시골에 와서 살고 싶어“라고 흔히들 말한다. 집을 구해달라는 소리를 만나는 사람마다 매우 자주 듣는다. 우스갯소리로 다른 책 쓰지 말고 부동산 구하기 지리산편을 쓰면 대박이 날거라고 말한 적도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아플 거라는 전제를 하면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도시에서 사는 게 낫다고 하지만 삶의 만족도를 보면 시골에서 사는 게 더 건강할 거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도시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숨 쉬는 창구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한 달에 한 번 자신을 위하여 기꺼이 시간을 내고 자신이 좋아하고 흥미 있어 하는 것을 찾아 배워보고 나누는 시간도 내지 못한다면 ‘행복’할 기본 조건을 염두에 두지 못한 이니 안타깝지만 열외로 둔다. 돈이 없고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그 또한 드릴 말은 없다. 아직도 세상에는 하루하루를 절박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나이에 뭘 배워?’ 라거나 ‘난 도통 배우는 건 흥미 없어’라는 말은 매우 오만하거나 매우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태가 아닌지 의심해볼 일이다.
지리산행복학교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동등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배우려고 오는 사람이 더 열정을 내어 선생을 능가하기도 한다. 나이 들어 세상사 알고 만나니 서로 조심하고 배려한다. 일 년 이 년 함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형님 동생이 된다. 젊은 사람들도 와서 집안에서는 부모님 뻘 되는 이들과 어울려 세상사는 지혜를 미리 배워가기도 한다. 그런 친구들은 참 현명해 보인다. 분명 또래들보다 앞서 세상을 볼 것이다.

남녀노소 연령제한 없이 어울린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만큼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진다. 가족이 함께 다니는 유일한 학교가 지리산행복학교다. 다소 소심하게 세상을 살아온 사람도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새롭게 자신을 내보일 수 있다. 거칠게 살았다면 지리산의 기운으로 순화되기도 한다. 만들어 보고 싶은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또한 그러는 중이니 믿으셔도 된다.

나이가 들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의 처음은 자신을 마주 대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의 궁극적인 행복은 무엇인가?’ 그래서 그 구실을 엮어줄 베이스캠프로 지리산행복학교에 소속되어 보라고 감히 권유한다. 이곳은 우선 내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그런 내 자신이 타인을 위하여 더블어함께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결국 내가 나를 먼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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