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편지
진주성-편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05 18: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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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편지


“또독 또독 또독…”

마치 나무문에 노크 하듯이 소리를 전하며 탄산수와 같은 시원함이 가득한 봄비가 제법 맛깔스럽게 내렸다.

오랜 가뭄에 내린 봄맞이 단비인지 우산 없이 얼굴에 적시는 봄비는 부드러운 버들강아지 솜털을 매만지는 느낌이다.

오랜 기다림에 기대하지도 않았다가 불현 듯 찾아오는 소식들은 몇 배의 감동을 안겨 준다.

“카톡! 카톡!” 하루에 수십번씩 울려대는 문자 메신저.

간단한 인사부터 중요한 내용까지 현대인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와 의사를 나누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다.

요즘 메신저 및 대화를 나누는 많은 앱(app) 때문에 반가운 소식과 기쁨과 따뜻함이 사라지는 듯 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을 하지 않는 읽씹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소통이 아닌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일방적인 통보와 같은 내용으로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더 많이 느낀다.

문자 메신저가 유행하기 전까지는 꽃 편지지에 밤새도록 지웠다 쓰고, 버리고 다시 쓰고 다음날 읽어 보고 다시 처음부터 편지를 써내려간 추억이 있다.

겨우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고 나서도 설레는 기분과 감정은 답장 올 때까지 지속이 되었고, 부모님 사오는 치킨 보다 우체부가 집 앞으로 오는 것이 봄비같이 더욱 기다려졌던 시절이 있었다.

하얀 편지지에 꾹꾹 눌러 글을 만들어 가면서 행여나 받침은 틀리지 않았는지 문맥은 이상하지 않는지 고민하고 생각하다 지우개로 다시 지우며 한 장의 편지를 완성하기까지는,

몇시간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때론 하루가 되기도 하고 어쩌다가는 붙이지지 못하고 책속 한편에 보관되어 있기도 했다.


요즘 시대에 손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봄비와 같은 달달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 온 사람이며,

편지를 받는 사람보다 더 달콤하고 행복한 사람은 편지를 쓰는 사람이다.

상대방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따스함을 전하기 위해 한통의 편지를 붙이기까지의 전 과정이 그 사람과 같이 하기 때문이다.

겨우내 잠들어 있는 대지의 자연에 살짝 입맞춤하는 봄비의 소식과 함께 3월 달에는 고맙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써보자.

봄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에는 강하지 않은 듯 밸런스 잘 잡힌 파푸아뉴기니, 카메룬, 예멘 마타리, 자메이카, 하와이 코나 커피와 함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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