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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재미와 희열 사이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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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6  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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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재미와 희열 사이

우리는 모두 재미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재미를 창출하기 위해 가장 난리를 피우는 건 뭐니 뭐니해도 티브이다. 티브이를 틀면 세상에…뉴스까지 재미있게 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시사프로는 말할 것도 없다. 재미가 유일한 목적인 오락프로나 쇼프로에서는 그야말로 ‘쌩쇼’가 펼쳐진다. 연예인 뒤 캐기와 비 연예인 뒤 캐기와 유명인사 뒤 캐기와 비 유명인사 뒤 캐기가 킥킥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진행된다. 뒤 캐기는 얼마나 재미있느냔 말이지. 어쩌다 보게 되면 나도 침을 꿀떡꿀떡 삼키고 있다.

하물며 코메디 프로에서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터뜨리기 위해 처참할 정도로 애를 쓴다. 한 주라도 웃음을 터뜨리지 못하면 그 꼭지는 바로 다른 꼭지로, 다른 코메디언으로 교체된다. 여기에 코메디언의 인격이나 인권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못한다. 적자생존, 웃길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근데 웃기는 건 진짜 웃음을 창출하는 데에 기가 막힌 천재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 그러니 그런 천재들만 찾아서 발굴하고 그보다 못한 사람은 뒤로 빼야하는 게 또한 주최측의 일이다. 코메디프로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우리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과연 당연할까? 무엇보다 우리가 이렇게 ‘웃기는 일’을 눈알이 빨갛도록 찾아 헤매는 게 과연 당연한가 말이다. 시청자로서 티브이를 향해 계속 나를 웃겨달라고, 미치도록 웃겨달라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과연 올바른가 물어볼 때다. 그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면 달리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늦은 때라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 새싹둥이 자식들을 생각하면 웃기는 일을 찾아 눈알과 채널을 획획 돌리는 스스로의 손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다.

그렇다고 웃지 않고 살 수는 절대로 없다. 그러니 웃음 없이 살자는 얘기가 절대로 아니다. 건강한 웃음을 말하고 싶다. 정말로 우리 자신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웃음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누가 뭐라해도 우리들 각자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귀한 인생이다. 최초의 마라톤 정자의 마라톤에서 최고 승자로 살아남아 반쪽을 만나 비로소 태어난 사람이다. 저 하늘을 날아오르는 가장 거대한 새가 될 수도 있고 저 깊은 바다의 가장 거대한 고래가 되어 바다를 유유히 노닐 수도 있는 사람이다. 마음만 먹으면 실시간 온 세계를 유람할 수도 있다.

며칠 전 어느 문학모임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어느 원로 시인이 이제 “진짜 연애다운 연애를 할 수 있으니 한번만이라도 해보고 싶다”는 소원을 피력했다. 그 말 끝에 역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여자 시인이 사실 인생에서 그게 최고의 재미 아니겠느냐고 옆에 앉은 나에게 말했다. 처음엔 맞다, 맞다며 맞장구를 치던 내 고개가 갸웃해졌다. 글쎄, 테레사 수녀나 간디나 석가모니에게도 그게 최고의 재미였을까 하는 의문이 든 거지. 그리고 이내 재미와 희열의 차이를 생각해봤다. 우리는 연애라는 재미에 사로잡혔고 위대한 그들은 인류애 라는 희열에 산 건 아닌가!

봄이 귀한 손님처럼 성큼 와버렸다. 지난 겨울은 참으로 모질게 추웠다. 이제 훈훈한 봄을 맞으니 내 삶을 오동통하게 살찌울 진정한 웃음을 맞이할 좋은 때이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이라면 인류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한 테레사 수녀의 희열이 늙은 시인의 마지막 연애보다 더 가슴 떨리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티브이가 병적으로 전해주는 웃기는 일보다 독한 추위를 견디고 이제 막 꽃망울을 맺은 봄꽃들을 보며 절로 나오는 눈웃음이 내 인생을 더 위로하지 않을까! 부쩍 맑아진 새소리를 들으며 지나가는 아이의 영롱한 눈을 보며 가만히 웃자,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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