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상생의 지혜, ‘줄탁동시(啐啄同時)’
세상사는 이야기-상생의 지혜, ‘줄탁동시(啐啄同時)’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06 19: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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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경위-상생의 지혜, ‘줄탁동시(啐啄同時)’


봄의 전령사 매화 꽃 소식이 들려온다. 오늘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나 꿈틀 거린다’는 경칩(驚蟄)이다.

삼월은 새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지난 금요일 초등학교 3학년 막내딸이 아동 기초 조사표를 가져 왔다.

‘담임 선생님께 바라는 점 또는 참고사항’ 칸을 보고 고민이 됐다. ‘창의력 향상’, ‘독서 교육’등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썩 내키지 않아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불현 듯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미터 계주 경기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 대표 선수들이 1위를 차지해 동계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쾌거였다. 대한민국의 긍지와 저력을 보여준 준결승전 경기는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경기초반, 넘어지는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면서도 빠른 터치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앞서나간 팀들을 따라잡아 4분6초387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잘 훈련된 ‘위기 대응 능력’과 ‘팀워크’에 해외 언론들도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줬다”며 극찬을 했다.

하지만, 여자 팀추월 대표 선수들은 많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팀워크는 실종 되었고 동료에 대한 배려와 위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것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자격까지도 의심이 됐다. ‘나와서는 안 될 장면’에 국민들은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부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미터 우승자 일본의 고다이라 선수가 이상화 선수를 격려하는 ‘아름다운 포옹’이 스포츠맨십을 빛나게 한 것과도 대조적이었다.

단체 경기에서는 개인의 기량 보다는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 30년 만에 다시 개최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146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금메달 5, 은메달 8, 동메달 4개로 종합 7위의 성적을 거뒀다.

메달을 따지 못한 120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땀과 눈물, 아름다운 도전에도 박수를 보낸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되면,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데기를 쪼는데 이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바깥에서 껍데기를 함께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이 말의 어원은, 중국 송(宋)나라 때의 대표적인 불서인 《벽암록(碧巖錄)》으로 알려져 있다.

줄탁동시는, 혼자의 힘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협력’, ‘배려’, ‘희생’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 성취 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선수끼리의 협조적인 플레이’ 훈련 방식이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팀플레이로 승부한 것이 주요했다.

우리역사에서도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유성룡이라는 탁월한 조력자가 이순신 장군으로 하여금 나라를 구하게 한 것은 좋은 사례다.

중국의 한(漢)나라 고조 유방은 소하, 장량, 한신이라는 한초삼걸(漢初三傑)의 도움으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항우를 물리칠 수 있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혼자보다는 무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상생하자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인(人)은 사람을 뜻하는 한자로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다.

당신은 가정, 직장, 사회생활에서 어떤 협력을 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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