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향
진주성-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12 18:2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향


화단에 꽃나무 몇 그루를 심고 색이 고와 한 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꿀벌 한두 마리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후각으로는 느껴지지 않을 향을 어디서 그 향을 맡고 왔는지 꿀벌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 향으로 꿀벌들이 오도록 하는 꽃들도 더욱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꽃이 피니 향기가 나고 향기가 나니 벌들과 나비가 날고 벌과 나비가 나니 사람의 마음도 봄바람에 나는구나”

향은 추억을 만들고 추억을 기억하게 한다.

어릴 적에는 아침 소죽 끓이는 냄새를 기억하고 초등학교 시절에는 연필 깎을 때 나는 냄새가 기억이 나고 고등하교 시절에는 여름철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면 땅먼지 냄새가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사랑했던 사람의 향수 냄새도 기억이 나며 최근에는 갓 지은 하얀 쌀밥 냄새가 밥 때마다 생각이 난다.

다른 이에게 권하고 추천하는 것에는 좋은 향이 난다.

맛있는 음식에서는 맛있는 향이 나고, 좋은 와인이나 술에는 달콤하고 감미로운 향이 나고 녹차, 홍차, 보이차, 커피와 같은 마시는 차에서도 신선한 향, 감미로운 향, 숙성된 향과 같이 개성 있는 향들이 나고,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몸의 체취가 아닌 말과 행동에서 그 사람만의 향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나라의 커피도 주인장이 어떻게 로스팅하는 지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니 사람 또한 살아온 방법과 생각이 다르니 어떤 이는 달콤하고 좋은 향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불쾌하거나 다시 맡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봄 향기를 맡으니 내 자신에게 나는 향은 어떤 향을 풍길지 생각하게끔 하는 날이 돼 버렸다.

깊이 있는 생각이나 자신을 바라보는 커피를 추천한다면 숙성을 통해 보이차 같은 발효 향 가득한 인도 몬순 커피를 떠올려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