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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죽음과 관련된 몇 가지 문화들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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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2  18: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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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죽음과 관련된 몇 가지 문화들

근무하는 직장의 총무과에서 문자가 왔다. ‘…과 …의 모친상…’, 또 부고다.

죽음은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림칙하고 불편한 주제이지만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그 어떤 과학적 진리보다 더 확고한 철학적 진리에 속한다. 어차피 그런 거라면 우리는 그것을 정면으로 직시해볼 필요가 있다. 관련된 철학적 논의들은 하나의 독립된 분과를 이룰 만큼 방대하지만 우선 무엇보다도 파생되는 몇 가지 문화들에 대해서는 꼭 짚어볼 필요가 있다. 상례, 장례, 제례 등이 그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의 일부로서 무수히 많은 조문을 하고 스스로 상을 당하기도 하고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낸다. 거기에 관련된 ‘문화’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들 중에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몇 가지 생각거리들을 나열해본다.

우선 ‘염습’이다. 우리는 염을 할 때 시신을 밧줄로 꽁꽁 묶는다. 시신이 부패한 후 뼈가 흩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지만, 망자도 사람인데 마지막 길에 그렇게 포박을 당하는 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망자 본인에게 의식이 있다면 아마 질색을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방식이 있는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조선 시대도 아닌데 굳이 이상한 베옷을 수의로 입히는 것도 그렇다. 나라면 평소에 입던 편한 옷이나 잠옷을 입고 가고 싶다.

매장문화도 문제가 많다. 요즘은 화장 납골당 수목장 등도 확산되고 있다지만 그 장소를 구하기도 만만치가 않다. 어렵게 묘지를 구해도 명절이나 기일이나 한식 때 성묘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엄청난 사회적 낭비가 초래된다. 참고로 서양에서는 공동묘지가 거의 생활주변에 있다. 그건 공원처럼 예쁘게 꾸며져 심지어 관광명소가 되기도 한다. 엄청난 세력과 부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교회들이 왜 그런 좋은 것은 본받지 않는지, 어떤 사정이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웃 일본에서도 동네 곳곳에 사찰들이 있고 거기엔 어김없이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가까운 만큼 그들은 생활의 일부로서 성묘를 즐기기도 한다. 그조차도 쉽지 않을 때는 집안에 있는 소위 ‘불단’에 위폐를 모셔놓고 일상다반사처럼 망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망자와의 관계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문화라고 나는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절들도 신라나 고려 때처럼 다시 생활주변으로 내려와 공동묘지를 운영했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

제사는 가장 큰 문제다. 망자가 제사 때 밥을 먹으러 온다는 건 크리스마스 때 산타가 선물을 준다는 것보다 더 명백한 사기다. 제사는 망자를 잊지 않고 기념하고자 하는 산자의 정성, 마음의 표현이다. 우리는 거기에 허례가 너무 많이 끼어 있다. 조율시이니 홍동백서는 어동육서니 두동미서니 하는 것도 기실 망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특히 제사음식을 위해 전국의 여성들이 노동봉사에 시달리는 것은 거의 인권침해에 가깝다. 특히나 제사 때 여성들이 뻘쭘하게 뒷자리로 밀려나 절도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야만행위다. 그런 것을 혹자는 유교적 전통이라 하지만 유교의 교주격인 공자의 철학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다. 조선유교의 대표적인 폐해를 지금도 습관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란 어차피 형성되어온 것이고 변화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혁명하듯 폐지-금지하지는 못하겠지만 문제인 것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결코 잘하는 짓이 아니다. 문제는 공론화해서 개선시켜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죽음이라는 이 만인의 운명이 삶의 일부로서, 이왕이면 아름답게 자리잡아줬으면 좋겠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인연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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