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호! 슬프고 슬프도다
칼럼-오호! 슬프고 슬프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26 18:4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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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오호! 슬프고 슬프도다


필자는 정치는 잘 모른다. 그러나 역사에는 관심이 많다. 또 평생을 토목쟁이로 살아왔지만 역사·철학·종교·사상 등 인문학계통의 책들과 가까이 하면서 살아왔다. 특히 고전은 내가 더욱더 가까이 하는 분야였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보려거든 역사에 큰 교훈이 있음을 깨달아왔다. 나는 5년째 칼럼을 써 오면서 정치적인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당신이 정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라고 하면 정답이 애매할 까 해서였다. 과학은 정답이 뚜렷하다. 그러나 정치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세상이 많이도 바뀐 것 같다. 역사를 한 번 되돌아보고자 한다.

한국은 올해 ‘30-50 클럽’에 들어간다.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를 가리킨다. 인구가 많은 나라는 대체로 국민소득이 낮다. 국민소득이 높은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싱가포르는 인구가 500만∼1000만 명 수준이다. 위의 ‘30-50클럽’의 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는 생각보다 드물다. 일본(1992년)·미국(1996년)·독일(2004년)·영국(2004년)·프랑스(2004년)·이탈리아(2005년)가 이 문턱을 넘었는데 우리나라가 일곱 번째로 이 클럽에 들어가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독일은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일으켰으며, 일본은 침략 전쟁 끝에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 세례를 받고 항복하고 말았다. 이 두 나라를 일컬어 ‘라인강의 기적’, ‘섬나라의 기적’이라고 한다. 위의 선진 나라들이 패권을 놓고 부딪쳤던 20세기 초 한국은 식민지였다. 식민지가 되기 전에는 ‘청·일 전쟁’ ‘노·일 전쟁’의 전쟁기지였다. 우리는 1945년 일본 패망으로 해방을 맞이했으나 국토는 또다시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혼란을 겪다가 1948년 남쪽에는 이승만이 이끄는 대한민국, 북쪽에는 김일성이 이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들어섰다. 2년 후 6·25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이 전쟁은 그야말로 게임이 되지 않는 전쟁이었다. 38선이 무너지고 불과 한 달 만에 낙동강 까지 밀렸으니 말이다. 1950.6.25.∼1953.7.27. 1129일간의 전쟁은 국군=62만, 유엔군=16만, 북한군=93만, 중공군=100만. 민간인=250만, 이재민=370만, 전쟁미망인=30만, 전쟁고아=10만, 이산가족=1,000만, 당시 남북한인구 3,000만 명의 절반이 넘는 1,900만 명의 인명 피해를 남기고 말았다. 필자는 그 때 총알받이로 따라온 중공군 아이들과 같이 소꿉놀이도 같이한 경험이 있다. 또한 우리 동네에서 그네들의 만행(살인·납치·약탈 등)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때 연합국이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은 사라지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지금도 전쟁 중인 ‘휴전선’으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불과 11년 후(1964년) 우리는 베트남 파병, 1967년 광부와 간호사 파독,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1973년 포철 준공,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2002년 월드컵 개최, 2018년 2월 동계올림픽을 치러냈다.

우리는 현재 조선·철강·반도체·IT·스포츠·드라마·K-POP·싸이·골프·UN사무총장·세계은행 총재·미 의회 진출로 우리의 위상은 하늘을 치닫고 있다. 인생사 별것 아닌데… 이에 옛 선현들이 남겨놓고 간 유언들로 귀감을 삼았으면 한다. 1345년 전 신라의 김유신(595∼673) 장군은 병문안 온 문무왕에게 “기업(基業:나라의 기틀)이 무궁하게 된다면 신은 죽어도 유감이 없겠습니다”라고 했으며, 1073년 전 고려 태조 왕건(877∼945)은 “덧없는 인생이란 예로부터 으레 이런 것 이었구나”라고 했고, 630년 전 고려의 최영(1316∼1388)장군은 “평생 탐욕이 있었다면 내 무덤에 풀이 자랄 것이고 결백하다면 무덤에 풀이 자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묘에는 풀이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415년 전 해가지지 않는 영국을 만든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아주 짧은 한순간을 위한 것이었다”라고 했으며, 조선의 농민 운동가이자 동학의 종교지도자 였던 전봉준(1854∼1895)은 “중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백성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역사를 가르치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또다시 전직대통령이 구속되는 참담함을 보면서 오호! 슬프고 또 슬프도다! 왜 그런 꼬투리 잡힐 짓을 했을까? 검찰 아니라 귀신이 뒤져도 흠결이 남지 않는 그런 전직 대통령을 보고 싶다. 남아공의 넬슨만델라(1918∼2013) 싱가폴의 리콴유(李光耀:1923∼2015)같은 지도자가 그리워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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