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랑스러운 청년, 자랑스러운 카드
기고-자랑스러운 청년, 자랑스러운 카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3.29 18:5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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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신/병무청 차장
 

박우신/병무청 차장-자랑스러운 청년, 자랑스러운 카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에 나온 모 연예인의 군번줄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99위안(한화 1만6000원 정도)에 판매된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 있다.

흔히 군번줄로 불리는데, 정식명칭은 ‘인식표’이다. 인식표는 복무하는 군의 종류와 군번 그리고 성명과 위급상황 시 수혈을 위한 혈액형이 각인되어있는 군인의 상징이자 신분증이다.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는 ‘눈물방울’이라는 조형물이 있다. 한국전 당시 전사한 한국군과 유엔참전국 장병들의 인식표 1300여 개를 소재로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형상화한 전시물이다. 이처럼 인식표는 군인의 신분 표시이자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 이들의 명예와 긍지의 징표이다. 이러한 의미 있는 인식표가, 한국전에서 총을 겨눴던 중국의 쇼핑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요즘 신세대 군인들에게는 신분증이 하나 더 있다. ‘나라사랑카드’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은 만 19세가 되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병역판정검사를 받게 된다. 병역판정검사에서는 혈액·소변검사를 포함하여 26가지 항목의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으며, 검사의 공정성 확보와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수검자의 신분을 전자적으로 수록한 카드를 발급하는데 이것이 바로 ‘나라사랑카드’이다.

검사가 끝나면 카드에는 신체등급 등 검사결과를 알 수 있는 ‘병역증’ 정보가 기록되고, 입영할 때는 신분 확인용으로 활용되며, 군 복무가 끝나면 ‘전역증’ 기능도 탑재된다. 이렇게 기록된 병역증과 전역증은 무단 탈취 및 위·변조가 불가하도록 암호화 된 후 안전하게 관리되어 전시 등 유사시에 병역사항 및 전역 정보를 확인하는 신분증으로도 활용된다.

병무청에서는 병역판정검사부터 군 지원 면접, 입영 시까지 각종 여비를, 군에서는 병사 급여를 나라사랑카드 계좌로 입금해주고 있다. 때문에 나라사랑카드는 체크카드와 교통카드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 봉사하는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영화·놀이공원·통신요금·커피·쇼핑 등 각종 할인이나 영외 사고 시 상해보험, 그리고 군 마트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말에 개봉한 ‘대장 김창수’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청년시절 영화를 보면서 김구 선생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나라가 독립하여 정부가 생기거든 그 집의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는 일을 해보고 죽게 하소서!”

대한민국이라는 아름다운 집을 쓸고 닦는 일들 중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야 말로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병역이행’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기에 병무행정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청춘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최근에는 영주권 취득 또는 질병사유로 현역으로 복무할 의무가 없음에도 자진 귀국하거나 질병을 치유하고 자원하여 입대하는 ‘자원병역이행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한 연평도 포격사건 때 전역을 연기한 최전방 근무병들과 앞 다퉈 지원한 용감한 해병대원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든든하다고 하겠다.

몇 년 전 중동에서 전쟁에 참여하고 귀국하는 미군 병사가 비행기 안에서 배낭을 넣을 짐칸이 모자라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본 승객들이 서로 더 넓은 일등석과 짐칸을 양보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전·현역 군인에 대한 선진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우대와 존경심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라가 위급할 때 전역을 연기하고 앞 다퉈 입영 신청을 하는 자랑스러운 젊은이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는 얼마나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을까?
이제 우리도 당당히 병역을 이행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어야 하겠다.

병역이행을 위해 소지하고 있는 ’나라사랑카드’가 지갑 속의 그 어떤 카드보다도 자랑스럽도록 느끼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병역을 이행한 모든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우대받고 존중 받는 분위기가 정착될 때 비로소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라는 최고 가치가 구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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