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끝자락에서 만난 봄 돌아올 때 담고 오소서
그 길 끝자락에서 만난 봄 돌아올 때 담고 오소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3.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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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국도여행 <17번 국도 끝 여수>

▲ 17번 국도에서 바라본 등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선 빨간 등대가 이국적이다.

동백은 봄을 상징하는 꽃이다. 이르면 12월부터 짙고 단단한 녹색의 우거진 잎 틈에서 봉우리를 맺고, 3월이면 샛노란 수술이 보이도록 진분홍의 꽃잎이 열린다. 진짜 봄이 올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꽃은 4월이 되면 후두둑 떨어져 버린다.

오래 벼르고 화창하게 왔다가 미련 없이 가는 모양이 점점 짧아지는 아쉬운 봄과 같다. 이렇듯 짧은 봄도 만끽하고, 시작하는 마음으로 봄의 결심도 다질 겸 여수를 찾아가 본다.
17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가다 짠 내음이 코끝을 ‘징하게’ 자극할 때면 그곳에 오동도가 서있다. 오동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많은 섬 중 종점인 자리에 있다. 면적은 약 0.12㎢이고, 해안선의 둘레는 14㎞로 아담하다. 여수에서 768m 길이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어 충분히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섬을 오가는 동백열차도 운행하지만, 들어가거나 나올 때 중 한번은 걷기를 권하고 싶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돼 있는 방파제길 양 옆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과 더불어 계속 이어지는 벽화 또한 볼 만하다.

▲ 오동도에는 3천 그루가 넘는 동백나무 등 190여종의 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오동도엔 꽃과 바다가 어우러진 봄 풍경

오동도는 멀리서 보면 생김새가 오동잎 같이 생겼고, 섬에 오동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현재는 오동나무를 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3천 그루가 넘는 동백나무와 꽤 울창한 대나무를 비롯해 후박나무, 광나무, 돈나무 등 1백90여 종의 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섬을 둘러볼 수 있는 탐방로가 잘 돼 있는데, 야생화로 가득한잔디 광장과 맨발 산책로 등이 있다. 특히 2.5km 길이의 터널식 산책로에는 수령 100년이 훌쩍 넘는 동백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해 바닥에 떨어지며 꽃길을 이루는 내내 하루가 다르게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해안 산책로에서는 다양한 생김새의 기암절벽과 쪽빛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며, 섬 정상에 있는 등대에 오르면 여수시내와 남해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높이 27m의 등대는 1952년에 세워진 것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여수는 바다와 가까이 있으니 당연히 해산물이 풍성하다. 넘쳐나는 싱싱한 해산물을 골라 먹는 맛도 좋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더 쏠쏠하니 여객선터미널 앞에 있는 여수수산시장(풍물시장)과 교동시장에는 꼭 들러 본다.

▲ 여수수산시장의 풍경. 해산물 맛집들이 몰려있다.
양념·간장게장이 푸짐한 게장백반의 맛

갓 잡은 생선부터 얼린 생선과 가짓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해물을 가게마다 놀랄 만큼 싸게 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수에서 잡힌 것이 맛있다”는 꼴뚜기 같은 각종 건어물, “귀하다”는 전어 밤젓(전어 창자젓갈)을 포함한 여러 가지 젓갈류, 돌산도의 갓으로 담근 갓김치를 비롯한 반찬류까지 시장 안에서 구할 수 있다.

주변에는 횟집과 해산물을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작은 식당들도 즐비하다. 장터 상인들의 허기를 채워 주는 팥죽이나 콩우묵국 등의 간식을 맛볼 만한 곳도 종종 만날 수 있다.
다양하고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지만 끼니를 부담 없이 해결하려면 게장백반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작은 냉면 그릇에 듬뿍 담아 각각 한 그릇씩 내오고, 건더기는 적지만 얼큰하고 개운한 매운탕과 남도 특유의 맛깔스러운 밥반찬까지 올라오는 백반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게장백반을 하는 식당이 워낙 많지만 웬만하면 푸짐하고 맛좋으니 고생스럽게 굳이 골라다닐 필요는 없다.
17번 국도가 지나가는 돌산대교가 여수시내와 돌산도를 잇는다. 돌산대교는 길이 4백50미터, 폭 11.7미터인데 50여 가지 조명이 뿜어져 나오는 밤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다리 주변에는 횟집이 여러 개 있으니 저녁 식사를 겸해 야경까지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 호수 같은 방죽포해수욕장 해변.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방죽포해수욕장 아늑

돌산대교를 건너면 바로 돌산공원이 나오는데 여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돌산도는 해안도로가 잘 포장돼 있고, 길이는 약 60킬로미터이며 자동차로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돌산도에서 꼭 들러볼 곳으로 향일암과 방죽포해수욕장을 꼽는다.
금오산에 있는 향일암(관람료 대인 1만2천원, 초등학생 1천원)은 화엄사의 말사인데 해를 품은 암자,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는 암자’로 불리며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다. 암자까지 오르는 길의 경사도 급하고 300여 개에 이르는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비경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2009년 화재로 대웅전이 소실됐지만 모두 복원돼 희망을 다지는 이들에게는 더욱 뜻깊게 다가오는 암자다. 화려한 일출과는 달리 잔잔한 일몰은 또 다른 감동을 주니 기회가 된다면 경험해 보길 바란다.
17번 국도에 바로 붙어 있는 방죽포해수욕장은 해안으로 쏙 들어와 자리 잡고 있다. 길이 300미터, 폭 70m의 넓이에 고운 모래가 얌전하게 골고루 펼쳐져 있다.
주변은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 안락하고 평화로운 해변으로 한여름에도 크게 붐비지 않는 해수욕장이다. 잠시 차를 멈추고 고요한 바다의 풍경을 둘러보며 근처 소나무숲을 거니는 휴식을 누려 본다.
돌산도는 관광지로 개발된 섬이 아니기 때문에 도로가 좁은 곳도 있고, 섬을 일주하는 동안 번듯한 휴게소나 세련된 맛집을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대신 친근하고 소박한 내륙의 풍경과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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