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칼럼-애초에 정답은 없고 현답만 있다
스피치 칼럼-애초에 정답은 없고 현답만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8.04.01 18: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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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컨설팅 대표-애초에 정답은 없고 현답만 있다


필자가 운영 중인 경남 진주의 최효정스피치컨설팅에서 면접컨설팅 과정 중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은 바로, 면접을 준비할 때 질문에 대한 정답만을 찾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앞선 칼럼에 기고한 프레이밍(본지 18년 2월 26일, 3월 5일)에 대한 부분과도 연결된다.

하나의 프레임에 갇혀 다른 프레임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면접 시 긴장도는 증대되고 자신감을 하락하며, 준비한 답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모든 말하기에 적용되는 현답 찾기의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앞 장에서 ‘기억’에 관한 얘기를 했다. 우리가 주로 기억하는 것은 무엇일까? 특별함이나 신선함,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다. 주로 감각(感覺)에 기대어 감동(感動)을 느끼게 하는 것, 새로운 것에 통찰을 일으켜 환기(喚起) 시키는 것들을 기억한다. 이미지로, 청각으로, 촉감으로 말이다.
이들 중심에 ‘스토리’가 있다.

나는 십 년 넘게 면접 지도를 하면서 이 보다 더 강력한 힘을 보지 못했다. 이미 오래전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카피도 나왔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스토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정작 면접을 앞둔 지원자들은 스토리에 대한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본격적인 면접 시즌이 되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의 지원자들을 만나야하는 면접관들에게 무엇이 기억하게 하는 힘일까? 호감 가는 외모와 인상, 목소리를 꼽을 수 있겠지만 방송인을 뽑는 게 아닌 이상, 직무에 꼭 필요한 능력과 조직 내 의사소통 능력, 인격, 실력, 헌신의 소양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 과정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가지 수를 줄이더라도 답변을 들어보면서 지원자들을 성향을 파악할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당신의 답변이다. 면접관의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답변할 것인가?

▲정답만 달달 외우는 것은 무리수다.

면접지도를 하며 안타까운 순간들을 뽑으라 하면, 3위안에 드는 경우가 바로 ‘모범답안 암기형’ 지원자들이다. 대체로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사이의 일수가 짧기 때문에 급하게 면접 준비 하는 경우가 많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여기 저기 인터넷에 떠다니는 모범답을 달달 외우고 있는 심정이야 이해되지만 그것이야말로 불합격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생각해보라. 면접에 관련된 정보라면 당신만 찾아보고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의 경쟁자들, 면접관들, 지금 이렇게 면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고 흐름을 읽으려 노력한다. 참고는 될 수 있지만 정답도 해답도 아니다. 온라인 환경 어디에도 당신의 삶 그대로를 경험한 자기소개는 없으며 누군가의 말을 짧게 인용할 수는 있어도 누군가의 가치관을 당신의 신념인양 말 할 수는 없다. 설사, 그게 통했다 하더라도 제2의 질문, 제3의 질문으로 이어지게 되면 금방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합격만 하면 되지’가 아니다. 면접은 관문이자 시작이므로 요행을 부려 운 좋게 합격한다면 그것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요즘은 이직을 준비하는 지원자들도 많은데 정말 자신이 원해서 진정성 있게 준비하는 구직과정이 아니라면 같은 과정을 또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애초에 현답만 있다.

정답(正答)을 찾아 애쓸 시간에 현답(賢答)을 찾자. 이 책에도 정답은 없다. 현답을 위한 길안내만 있을 뿐이다. 지금부터는 최효정스피치컨설팅의 <면접멘토링>과정을 수료한 이들 중에 당당히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지원자들의 공통점을 얘기해볼까 한다. 내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바로 이런 사례들을 들려주고 싶어서이다. 아, 실망스러울수 있지만 합격수기나 특별한 비법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진부할 정도로 성실성을 요구하는 얘기이며, 단 몇일이 되었든 한 달이 되었든, 길게는 1년이 되었든... ‘다시 고3으로 돌아가라’는 나의 독한 조언을 우스갯소리로 듣지 않고 ‘골방 자습실’에서 긴 시간 자신의 스토리를 완성한 이야기다. 정답을 찾으려는 자는 그만 책을 덮고 정답을 찾아 달달 외워라. 그 편이 시간도 줄이고 정신건강에 더 이로울 테니까. 현답을 알고 싶은 자는 다음 장을 펼쳐라. 그 행동이 이 봄날 같은 꽃길이 되어 줄지도 모르니…

*정답을 달달 외워서는 안 되는 이유

1. 무엇보다 당신은 연기자가 아니므로 누군가의 답을 외운 티가 어디에서든 난다. (연기자 출신이라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관건!)

2. 누군가의 답이기 때문에 2차, 3차 질문으로 이어 질 경우 어차피 버벅 거리게 된다. (운이 좋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판단은 당신이…)

3. 정답(족보)으로 돌아다니는 것 중에는 대게 스토리가 빠져있거나 지어낸 스토리다. 그러다보니 모든 인과관계가 다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차피 당신에게 꼭 맞는 옷이 아니다. (스토리만큼 강력하게 기억되는 것은 없다)

4. 남의 답을 달달 외우는 것도 불행이지만, 더 큰 불행은 직접 작성한 현답도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연습하다보니 ‘얘 어디서 베껴와서 달달 외웠구나’ 하는 억울한 의심을 사게 된다.

5. 추가 질문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외운 답으로는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워 금방 한계가 드러난다. 면접을 얼마나 잘 준비했느냐와 지원자의 레벨 차이가 여기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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